•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005년 청계천 복원공사가 마무리 된 후 시민위원회의 건의에 따라 아호를 '일송(一松)'에서 '청계(淸溪)'로 바꿨다. 홀로 우뚝 서있는 '일송'은 지조와 소신을 뜻하지만 외롭다. '청계'는 말 그대로 청계천 복원과 맞물린 의미로 사람이 북적이며 쾌활한 소통의 장소다. 

    역대 최대 표차로 승리한 순간만 해도 5년간 탄로가 보장된 듯 했지만 출범 5개월여 지난 현재 나라 안팎의 갖은 악재가 꼬여있는 형국이다. 가까스로 쇠고기 파고를 넘어선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살리기'에 전념하자며 국정을 고쳐잡기가 무섭게 대북, 대일관계에 있어 돌발변수가 튀어나왔다. 청와대 측근 인사는 "말이 돌발변수지 하나하나 간단하게 해결될 수 없는 중대 사안"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가진 두개의 아호에 빗대 "경제위기 상황속에서 '일송'이 아닌 '청계'의 역동성을 기대할 때지만 주변 여건은 녹록치않다"고 말했다.

    '우방' 미국과의 쇠고기 마찰을 겪은 이명박 정부에 일본은 독도문제를 끄집어 냈다. 이미 이 대통령과 정부는 일본에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문제를 기술하지말 것을 주문했지만, 14일 예정된 일본 당국의 발표 분위기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회 개원연설에서 큰 틀의 대북정책을 제시하고 전면적 남북대화 재개를 제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북측의 공동조사 거부, 그리고 대화거부다. 미국, 일본, 중국 정상과 차례로 만나 주변 4강 외교에 공을 들였지만 돌아온 실리는 가시적이지 않다는 평가다.

    여기에 국내 상황도 녹록치 않다. 쇠고기 논란과 관련한 왜곡된 정보가 바로잡히며 촛불은 힘을 잃었지만 국회 국정조사가 예정돼있다. 야권은 이미 허구가 드러난 광우병 논란 보다 한미 쇠고기 협상 과정을 파고들 태세다.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 등 이명박 청와대 1기 참모진을 불러세우게 될 경우 청와대가 정치공방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반미친북세력은 여전히 재기를 위해 틈새를 살피고 있다. 자칫 제2의 촛불사태도 우려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기기밀 무단반출 사건으로 괴롭히고 있다. 실정법을 위반하고 봉하마을로 빼내간 기록물 반환을 거부하며 '신구정권 간 감정싸움'으로 몰고가려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사건의 본질은 명료하다. 명백한 불법행위는 양해할 사안이 아니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기록물 반환과 원상회복을 위해 국가기록원을 통해 조만간 검찰 고발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미 야권내 친노계열과 노사모를 중심으로 한 조직적 반발이 일고 있어 과거세력과의 정치적 갈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겹치고 겹친' 악재로 청와대 주름은 늘어간다. 한 측근은 "고유가 등 대외적 요인으로 경제상황이 어렵다. 민생안정이 시급하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쇠고기다 뭐다해서 경제살리기를 위한 정책을 펼 겨를도 없었다"며 "청와대와 대통령이 외롭게 고민하는 상황이 오래가선 안된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여러가지 사안이 한꺼번에 닥쳐 있는데다 무엇하나 만만하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럴 때일 수록 이 대통령 중심으로 힘을 모아 순차적으로 해결해야하지 않겠나"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