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전 대통령측의 국가기밀 불법유출 사건을 놓고 신구 정권이 '2라운드'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노씨측이 빼내간 국가자료가 청와대 컴퓨터 메인 서버의 하드디스크 원본이냐 아니냐를 두고 양측의 설명이 다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7일 "노 전 대통령측이 대통령기록물을 유출시킨 것은 실정법상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그런 점에서 양해할 사안이 아니며 무엇보다 사본이 아닌 원본이란 점에서 더욱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노무현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올 2월 퇴임 직전 청와대 컴퓨터 메인 서버의 하드디스크 전체를 봉하마을로 가져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노 전 대통령측이 원본을 가져가고 현 청와대에는 복사본을 남겨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기록물의 무단파기·반출 등을 금지한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을 언급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또 "정부는 그동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전화와 공문을 통해 자료반환을 노 전 대통령 측에 요청해왔다"면서 "그러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노 전 대통령 측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반환을) 차일피일 미뤄왔다"고 그간의 사정을 밝혀 진위공방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상황이 대립구도로 흘러가자 노씨측은 김경수 비서관을 통해 입장을 밝히며 반박에 나섰다. 김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은 청와대 메인서버의 하드디스크를 가져온 일이 없다. 봉하마을에 있는 것은 사본이며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기록을 열람하기 위해 가져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임 대통령에게는 법적으로 재임 중 기록에 대한 열람권이 보장돼있다"면서 "그러나 퇴임 당시 국가기록원측은 향후 약 1년간은 열람서비스가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했고 지금도 열람 편의는 제공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언제 어떻게 해주겠다는 건지 아무런 보장도 하지 않고 있다"고 강변했다.

    김 비서관은 "이 문제에 대해 지난 3월말부터 청와대측과 대화를 계속해오고 있다"며 "청와대측은 사본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고 노 전 대통령은 열람편의만 제공되면 언제든지 반환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말해 정부의 자료반환 요청에 계속 거부해왔음을 시인했다. 그는 "열람 편의 제공을 위한 조치를 지체시키고 있다"며 청와대를 비난했다.

    청와대가 노씨측 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는 근거는 자료의 무단파기·반출을 금지한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 제14조에 따른다. 이 조항은 "누구든지 무단으로 대통령기록물을 파기·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 10년 이하 또는 7년 이하의 징역형, 3000만원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다. 노씨측이 주장하는 '열람 편의'는 "전직 대통령이 재임 시 생산한 대통령기록물에 대하여 열람하려는 경우에는 열람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등 이에 적극 협조하여야 한다"는 제18조 규정에 따른 것이다. 자료의 무단 유출을 허용하는 예외 조항은 없다.

    앞서 국가기밀 유출사건이 발생한 당시 노씨측은 자료를 빼가며 새 정부에 양해를 구했다고 주장했지만 청와대측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하면서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씨측 주장에 "양해를 구한 적도 없으며, 설사 그런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법을 용인하라는 얘기인데 가능했겠느냐"며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