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솥밥을 먹던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예방을 받은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는 어느 때 보다 예의를 갖췄다. 자신의 국회 대표실에 먼저 도착해 기다린 손 대표는 자리부터 신경을 썼다.
정치 선배인 박 대표에게 최대한 예우를 갖추기 위해 손 대표는 미리 당직자들과 앉을 자리를 두고 상의를 했다. 이제껏 손 대표는 타 정당의 대표 혹은 원내대표의 예방을 받을 때 마중을 나가지 않았고 같이 차를 마실 때도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이날 박 대표가 예방할 때에도 손 대표는 마중을 나가지 않았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지만 이를 두고 적잖이 신경쓰는 모습을 연출했다.
손 대표는 차영 대변인에게 "어디에 앉지?"라고 물었고 차 대변인은 "지금껏 다른 분들의 예방때도 (손 대표의) 자리에 앉았다"고 했다. 그러자 손 대표는 "결례 아닌가"라며 머쓱해 했다. 박 대표가 예정시간 보다 2분 늦게 도착하자 손 대표는 "아! 오셨습니까"라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 뒤 마중 나가지 않았던 게 미안했는지 "(당직자들이) 저 여기 서 있으랍니다. 나가서 맞이해야 했는데…"라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이날 오전 당 지도부 회의에서도 박 대표를 "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 덕망 높은 훌륭한 분"이라고 치켜세웠던 손 대표는 박 대표를 만나 자리에서도 "박 대표께서 대표가 되셨다고 오늘 회의에서도 나는 덕담을 당연히 한 거였는데 (민주당의) 다른 분들도 최고의 찬사로 환영을 하더라. 그만큼 박 대표에게 기대가 크고, 화합과 타협의 정치를 펴는 분이라 야당의 역할을 제대로 인정하고 야당 역할을 만들어 주실 분이라 생각한다"고 거듭 칭송했다.
이에 박 대표는 "손 대표가 (국회가) 제 역할을 좀 할 수 있을 동안 대표를 했으면 좋았을 걸 섭섭하다"면서 "그래도 그 뜻을 잘 남기고 가셨으면 한다"며 등원 협조를 요구했다. 이에 손 대표도 "당이 전당대회를 하고 나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협조할 것은 하고 야당의 역할도 할 것"이라고 답했고 박 대표는 "우리가 (야당이 뭘 원하는 지) 미리 알아서 하겠다"며 거듭 "대표께서 등원 문제에 관심을 특별히 표명해달라"고 당부했다.
손 대표는 "내가 국회 등원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는 잘 알고 있지 않느냐"고 말한 뒤 "그러한 공감대는 널리 돼 있다. 이제 오히려 여당에서 빗장을 풀어주고 그런 환경을 만들고 해서 그것이 (민주당의) 전당대회 후든 전이든 문제는 없으리라 본다"며 "야당이 결단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박 대표는 "뭐 주는 게 있어야 받는 것도 있고… 정치란 그런게 아닌가"라고 말한 뒤 "(한나라당에서도 민주당이) 등원할 수 있는 그런 선물을 많이 준비한 것 같던데요"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