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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시운이 좋아서 어느 날 갑자기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운 좋게 당선된 오세훈씨가 또다시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얼마전 서울시장의 권한(?) 안에 있는 뉴타운 프로젝트로 한나라당 의원들과 대립 각을 세웠던 오 시장은 지난 총선 후 ‘동작 뉴타운’을 지정하지 않았다고 언론을 통해 정몽준 최고위원(총선 당시 동작구을 한나라당 후보)을 원색적으로 공격하여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당시 오 시장이 ‘뉴타운’을 대권 프로젝트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세인의 의구심을 불러일으켰었다.
오 시장은 어느 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정치권의 왈가왈부에 좌고우면하지 않고 역사와 시민 고객의 평가만을 염두에 두고 뚜벅뚜벅 나가겠다”고 말함으로서 그가 마치 정치권과 분리돼있는 듯한 독립된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 그가 지닌 정치적 중량감을 높이려는 ‘제스처(?)’를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다.
소속 정당 후보로 출마해서 당선된 광역단체장은 소속 정당에 대해 어느 정도 일치된 행정을 펼치기 마련이었고, 또 당연히 소속 정당과 유사한 정책을 수립하고 소속 정당 친화적인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정당 정치의 통상 관례임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그런데 오 시장은 일견 독자행보를 벌이면서 인기 위주 전시 행정을 주 메뉴로 지역민의 식탁에 올린다는 평을 자주 들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역사와 시민 고객의 평가만을 염두에 두고 뚜벅뚜벅 걸어가겠다’는 고고한(?) 표현을 서슴치 않으며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해온 오 시장을 한나라당이 또 다시 광역 단체장으로 재임시키려고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적어도 특별한 치적을 서울 시민에게 남기지 않는 이상 단임하는 관행을 남겨주는 것도 당을 위해서나 서울 시민을 위해서나 또 오 시장 자신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다는 여론이다.
국가가 혼란지경에 빠질 정도로 불법 촛불시위가 서울시를 뒤덮는데도 불구하고 오 시장이 하등의 멘트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은 서울시를 책임진 시장으로서 과연 책임있는 행동이었느냐에 대한 의문이 솟구치는 것은 생각있는 서울시민의 공통된 느낌일 것이다. 서울시가 광란의 축제로 변질된 상황을 남의 집 일보듯 쳐다보고만 있었던 오 시장의 침묵적 태도는 여러모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각각 서울시장과 경기지사를 역임했던 선례 때문에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자리를 마치 대권 주자 행보에 당연직(?)으로 착각하는 정치인들이 또 다시는 대한민국에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대한민국 국민의 견해임도 알아야 한다. 차기의 정치적 욕구 때문에 일부 광역 단체장이 전시행정으로 일관하는 듯한 모습들을 보는 지역 주민들의 얼굴은 매양 밝지 못하다는 분명한 사실도 일부 광역단체장들은 명심해야 한다. 공직 업무수행자는 전시 행정보다 지역주민의 행복을 위한 진실 행정을 펴야 한다는 것은 원론적인 이야기다.
선거 기간에 많은 한나라당 후보가 뉴타운을 만들겠다고 유권자들에게는 선심 공세를 할 때는 침묵으로 쥐죽은 듯 가만 있던 오 시장이 선거가 끝나자마자 느닷없이 차기 대권주자라고 회자되는 정몽준 의원을 향해 마치 각이라도 세우듯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더 이상 뉴타운은 없다’고 외쳐대 정 의원을 곤경에 빠뜨리는 모습에서 어설픈 정치 멜로드라마를 보는 느낌을 갖기도 했었다.
광역단체장은 소속 정당을 지닌 광역 지역의 최고행정가다. 광역단체장은 행정적인 차원을 떠나 지나치게 정치적 차원으로 지역행정을 펴서는 안된다. 오 시장이 서울시장 재선 도전 선언을 공식화한 것은 자신의 자유의지에 속한다. 과거에 잦은 TV 출연과 '오세훈 선거법'으로 자신의 좋은 이미지는 구축했지만 몇 년간 시장직을 수행하는 동안에 서울 시민에게 과연 얼마만큼 인정을 받았는지는 앞으로 선거 결과가 말해주리라 생각된다.
서울시장은 불법촛불시위로 만신창이가 된 서울시청 앞 잔디밭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침묵하는지 서울시민들은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수도 서울이 불법촛불시위장이 된 현장을 목격하면서도 서울시장이 의견을 내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모습은 광역단체장으로서 맡은바 책임을 방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객원칼럼니스트의 칼럼 내용은 뉴데일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자유언론인협회장·국민행동본부부본부장·인터넷타임즈 발행인 양영태(전 서울대 초빙교수·치의학 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