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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3일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출 중단 요청'이라는 극단의 카드를 빼들었다. 외교적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국민불안을 종식시키기위해 이에 대한 미국측의 응답이 올 때까지 고시와 검역을 중단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사실상 재협상에 준하는 내용을 발표한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문제로 인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며 "국민이 걱정하고 다수의 국민이 원하지 않는 한 월령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를 들여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쇠고기 개방으로 국민 건강에 위협을 가하는 일이 있다면 즉각 우선적으로 수입을 중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한 데 이은 쇠고기 논란의 핵심쟁점 제거를 의미한다.쇠고기 난국타개를 위한 이날 정부의 발표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기존 합의내용을 뒤집는 정부의 추가협상 요청을 미국이 순순히 받아들일 지도 미지수인데다 한미FTA 협상내용 등 타 분야에서 반대급부를 요구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또 미국이 공식 외교적 합의보다 업계의 자율적인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 금지 수준을 선택할 경우 국내 시위참가자들을 다독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미국이 요청을 거부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내치는 물론, 외교적 위기 상황까지 맞을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관계도 궁극적인 것은 신뢰"라며 "기본적으로 지난 방미 때 설정한 한미관계, 미래전략동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국내 상황을 반영해 요청하는 것에 미국 정부도 충분히 배려하리라 믿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거기도 의회가 있고, 수출업자가 있다. 미국 정부 입장에 있어서도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순탄치만은 않다는 전망을 덧붙였다.
이같은 위험부담을 알면서도 특단의 조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는 17대 국회에서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실패, 경제살리기 동력마련에 발목을 잡힌 정부와 여당이 쇠고기 문제로 더이상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된다는 절박함이 담겨있다. 18대 국회 개원 협상을 거부하고 거리로 나간 야당을 빨리 국회 협상테이블에 앉혀 시급한 민생현안을 다루고 쇠고기 해법을 하루빨리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고유가, 곡물 원자재값 급등 등으로 서민경제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도 정부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유가 급등 등 대외 경제 여건이 나빠지면서 서민 생활의 주름이 깊어졌다. 경제 살리기의 가장 중요한 점이 바로 서민경제살리기"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서민경제 살리기에 우선 주안점을 두고 통상적이고 행정적인 대책에 그치지 말고 비상시기라는 인식 아래 과감하고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잇는 실질적인 대책을 세우라"고 내각에 지시했다. 쇠고기 논란과 별도로 민생경제에 대해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도 야당이 주장한 국회 차원의 쇠고기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수용키로 하고 국회 개원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장외투쟁에 나선 야당 끌어안기에 나서며 조속한 국정안정을 꾀하겠다는 뜻이다. 조윤선 대변인은 "6월 국회는 고유가, 고물가를 해결하는 민생국회"라며 "야당은 조속히 국회로 돌아와 민생 현안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권 원내대변인도 "관보 게재 연기, 재협상 촉구 결의안 수용 등 야당의 주장을 거의 다 들어줬다"면서 "이제 민주당도 국회로 들어와 여야간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