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사실 내 생각은 매우 진보적"이라며 "대선 때는 여느 후보보다 진보적 성향이 더 강한 후보로 분류되곤 했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니 보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쇠고기 수입 재개 논란과 더불어 한미 FTA 비준 등 사안을 놓고 이념 전선이 다시 형성되는 데 대한 비판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미래기획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한 뒤 위원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젊은 세대에게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재미, 즉 '펀(fun)'이 없으면 의미가 크게 떨어지는 것 같다"면서 "우리가 정책을 만들고 전달할 때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젊은 세대는) 정책을 받아들일 때 그것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살피는 감수성이 대단히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인터넷 문화를 주재로 대화를 나누며 이 대통령은 "인터넷 시대, 이들 세대에게 정부 문서는 너무도 공자가 문자 쓰는 격이라 할 수 있다"면서 "이제 좀 더 창의적이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배워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0∼40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정책을 설명할 때와 10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에게 정책을 설명할 때의 방식은 달라야한다"며 "미래위원회가 인터넷 사이트를 열 계획이라고 하는데 미래위 이름에 걸맞게 젊은 사람 감각으로 젊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보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미래위는 국민여론, 특히 젊은층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위해 가칭 미래포털 '아이디어 코리아(Idea Korea)'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젊은 사람들의 사고를 배우기 위해서 개그프로를 일부러 유심히 보곤 한다"며 참석자들에 소개하기도 했다. 한류(韓流)가 화제가 되자 이 대통령은 "나도 서울시장 시절 한류의 위력을 절감한 적이 있다"면서 "한국을 찾은 베트남 고위인사들이 정부 고위 공직자가 마련한 만찬장에서 드라마 주인공에게 사인을 받으려 줄을 서더라"고 전했다. 그는 "한류가 조금 시들하다고 하는데 이를 국가적으로 보다 정교하고 세련되게 전략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우리 정부는 한국의 콘텐츠를 세계화하고 국가브랜드를 높이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을 통해 "과거를 존중하되 이에 얽매이지 말고 신천지를 창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미래가 정말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