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브랜드는 '100일 민심 대장정'일 것이다. 경기지사 퇴임 직후 그는 배낭을 메고 전국의 농·어촌과 탄광 등 곳곳을 돌며 서민과 함께 호흡했고 이를 통해 가장 먼저 자신의 정치색을 보수·진보의 이념에서 벗어난 실사구시로 잡았다.
그래서인지 손 대표의 민생행보는 한 박자 빠르고 남달라 보인다. 손 대표는 15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전북 김제를 찾아 자원봉사를 했다. 첫 방문은 13일이었다. 첫 현장 방문에서 김제시 관계자로부터 '방역과 살처분 인력이 부족하다'는 보고를 듣고 곧바로 당직자들과 함께 자원봉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손 대표의 현장 방문은 가장 빨랐다. 이날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김제를 찾았지만 그의 방문은 현황 청취를 위한 것으로 손 대표의 행보와는 차이가 있다. 여당이며 제1당이 된 한나라당은 16일에야 피해 현장을 방문한다고 한다. 손 대표가 처음 '민심 대장정'을 나설 때 정치권에선 그의 이런 행보를 '정치행위'로 봤다.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손 대표는 항상 현장을 찾는다. 지난 2월 숭례문 전소 때도 손 대표는 현장에 있었다. 숭례문 2층 누각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손 대표는 "여의도에서 TV로 장면을 보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달려갔다"고 했고 현장을 지켜보면서 "눈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40명의 생명을 앗아간 '코리아2000' 화재 참사 때도 그는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갔다. 사건 발생 10여 시간 뒤였고 시간은 새벽 2시였다. 손 대표는 다음 날에도 현장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최악의 기름 유출사건인 '태안 기름띠 유출' 사고 때도 그랬다. 수차례 방문해 손수 돌에 낀 기름을 닦았고 봉사 뒤에는 꼭 다시 현장을 방문해 피해 주민을 위로하고 장례식에도 참석한다. 대구 지하철 참사 5주기 때도 손 대표는 가장 먼저 현장을 방문했다. 손 대표에게 지난 1년은 정치적 굴곡이 심한 한 해였다. '철새'라는 비아냥과 꼬리표가 평생 따라 다닐 것을 알면서도 한나라당 탈당이란 위험을 감수했고, 스스로도 "질 줄 몰랐다"고 말한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탈락하는 쓴 맛도 봤다. '독배'인 줄 알면서도 손 대표는 대선 참패 뒤 당을 맡았고 쉬운 길을 두고도 이명박 대통령의 텃밭 서울의 한복판 종로에 출마해 결국 낙선했다. 종로 출마 이유를 손 대표는 "승패를 떠나 맨 앞에서 피를 흘리며 싸우는 야당 대표의 모습을 국민들이 보고 싶어하기 때문"(2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이라고 설명했다.
4·9 총선결과에 손 대표는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선전했다'고 하지만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 참패했고 본인 선거마저 졌다. 오는 7월 다시 당권을 잡고 자당의 차기 대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도 있지만 손 대표는 이 기회마저 버렸다. 다시 '정치적 백수'가 될 처지인 씁쓸한 상황인데 손 대표는 총선 뒤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번에도 가장 빨랐고 의례적인 방문이 아닌 방역복을 입고 살처분 작업을 거들었다.
자신의 행동에 진정성을 보이는 일은 쉽지 않다. 정치불신이 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정치인의 경우는 더하다. 손 대표는 차기 대선 주자다. 그의 이런 행보가 대선을 위한 정치행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단순한 '정치쇼'로 보기엔 손 대표의 행보에 진정성이 있고 정치인으로서 자세 역시 남다르다. 손 대표를 볼 때 간과하지 말고 분명 평가해야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