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여기자 성희롱' 구설수에 휘말렸다. '여기자 성추행'전력이 있는 한나라당은 총선을 6일 앞두고 터진 이번 논란에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3일 CBS 노컷뉴스에 따르면 정 의원은 2일 오후 사당4동에서 거리유세를 마친 뒤 MBC 보도국의 김 모 기자와 인터뷰를 가졌는데 최근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와 공방중인 '뉴타운 개발 거짓말'논란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정 의원이 이 기자의 볼을 만지듯 손으로 두 번 툭툭쳐 문제가 됐다.

    이에 김 기자는 황당해 하며 "지금 성희롱하신 것"이라고 항의했고 정 의원은 이런 반응에 순간 난처한 기색을 보였지만 주변 참모들의 호위하에 황급히 승용차에 탄채 사과 한마디 없이 유세장을 빠져나갔다고 CBS는 보도했다. 이 매체는 "여기자가 그 상황을 상당히 모욕적으로 느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는 목격자의 발언도 전했다. 이에 정 의원의 부인 김영명씨가 대신 사과를 위해 여의도 MBC 사옥을 방문했지만 해당 기자와 MBC는 정 의원 본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은 문제가 되자 3일 "경위에 어찌 됐든 김 기자가 이로 인해서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면 심심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정 의원은 당시 상황에 대해 "지지자들과 언덕길을 내려오고 있는 데 지지자들과 주민들이 뒤섞여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상가를 따라 이동하다가 왼쪽의 계단 밑으로 내려가기 위해 방향을 바꾸는 순간 처음 보는 여기자(MBC 김 기자)가 갑자기 오른쪽에서 나타나 큰 소리로 '오세훈 시장…반대…(못 들었음)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은 "이 과정에서 뉴타운 사업 얘기인 것으로 생각하고 시선을 오른쪽으로 돌리면서 '여기서 그런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왼팔로 김 기자의 어깨를 툭 치는 순간 본의 아니게 김 기자의 얼굴에 손이 닿았다. 그리고 나서 왼쪽의 계단으로 내려가기 위해 몸을 다시 왼쪽으로 틀었다. 나도 다른 사람의 얼굴에 손이 닿았다는 것을 느끼고 깜짝 놀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계단을 몇 개 내려온 뒤 인도와 접한 도로로 발걸음을 떼는데 김 기자가 위쪽에서 '성희롱입니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제 바로 옆에 계속 서 있었지만 사람들에 밀려 정확한 사정을 파악하지 못했던 아내는 김 기자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김 기자가 타고 있던 차로 찾아가 일단 사과를 하려 했다는 얘기를 저녁 9시 경에 들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이 해당 여기자에 사과를 하고 상황을 설명했지만 통합민주당과 정동영 후보 측은 이 문제를 쟁점화 시킬 태세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은 정 의원을 즉각 제명하라"고 요구했다. 김 부대변인은 "온 나라가 연일 아동 납치 사건으로, 성범죄 사건으로 들썩이고 분노하고 있는데 정 의원까지 이 무슨 추태냐"고 비판한 뒤 "정 의원은 부인을 내세워 사과할 문제가 아니고 한나라당은 당 지도부가 추태를 보인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떻게 한나라당 물만 먹으면 이렇게 간 큰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면서 "한나라당 인사들의 성폭력 사건은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이쯤 되면 한나라당은 '성폭력 집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비판한 뒤 "지난 최연희 의원 여기자 성추행 사건 때처럼 시간을 끌며 물타기만 할 게 아니라 성폭력 집단의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즉각 정 후보를 제명하라"고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