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오후 3시10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사회권 실현 과정에서의 사법부의 역할’이란 주제로 국내외 전문가, 학자 등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유엔 사회권위원회 리델(Dr. Eibe Riedel 65)위원의 발표를 시작으로 5명의 패널 토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리델 위원은 발표문에서 "일부 학자와 전문가들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이하 ESC)와 시민적, 정치적(CP)권리가 다르다는 근거로 5가지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ESC 권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국제법의 위상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 국내 사법제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헌법차원에서 ESC 권리 이행을 위한 관심과 유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사회권 규약 당사국의 법원과, 무엇보다도 대법원은 앞으로는 더욱 과감하게 행동하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싶다"며 사법부 역할의 중요성을 드러내면서, ESC 실현을 위한 구체적 방법과 모범개별 사례를 발표했다.

    전광석(50, 연세대학교 법학부)교수는 "한국은 사회권 규약이 국내법으로써 효력을 가지며, ESC 권리가 인권, 법적권리의 성격을 갖는 것은 사회권에 대한 사법적 권리가 포함된다"며 "사회권은 입법· 행정을 귀속하여, 국가와 사회협력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고, 이 과정에서 국제규약은 공감대의 기준이 되어 정치적 의사 결정과 감시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재천(42,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교수는 "헌법재판소나 대법원 재판 등 사법판결에 있어서 국제조약을 기준으로 한 번도 적용이 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사법부는 굉장히 보수적이다"고 지적하면서 ‘사법부의 운동권’이라 표현되고 있는 미국과, 대법원 재판관들이 6주에 걸쳐 인권관련 교육을 받았던 영국의 사례들을 발표하면서 "한국 대법원에서 판사들에게 인권관련 교육을 시킬 의사가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한국 사법부의 변화를 촉구하는 제언을 했다.

    노희범(대법원)재판연구관은 "헌법재판소 재판을 담당하면서 사회권 규약이 재판에 적용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로 자주 고민하게 된다"며 “재판에 적용한다면 직접 해야 될지 간접적으로 해야 할 지에 대한 문제에 부딪치고 있다"며 심경을 토로하였다. 노 연구관은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사회권 규약을 재판규범으로 직접 적용한 사례는 없다"며 그 이유를 "사회권의 권리 침해 여부는 곧 헌법상 기본권의 침해 여부로 흡수되기 때문이며, 헌법상 사회적 기본권 내지 사회권 규약상 권리의 ‘구체적 권리성’내지 ‘자기집행력’에 대해 합의 내지 결론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 연구관은 "사회권규약이 국내법과 충돌하는 경우에 대해서, 실제로 사회권규약 8조 (1)항의 국제적 노동연대의 자유나 동규약 13조 (4)항의 개인과 단체의 사립학교설립의 자유 등은 대한민국 헌법상의 기본권에 포섭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현행 대한민국의 노동조합법이나 사립학교법과도 일치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리델 위원은 “노르웨이 정부도 헌법이 국제규약과 유럽 인권헌장에 대치되어, 헌법을 개정해 차이를 회복한 적이 있다. 필요하다면 헌법을 개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사법부가 국제적인 흐름에 동참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김칠준(국가인권위원회)사무총장은 "사회권은 관념적인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요구 할 수 있는 인권이며, 사법부에서 사회권규약을 재판의 근거로 삼기 위해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근거규범을 삼고 노력해야 하며, 재판부를 설득하기에 각종의 의견표명 또는 국제인권규범에 관한 구체적인 해석과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국가가 훨씬 더 힘 있게 정책을 추진하기위해서는, 사회권 위원회에서 최종견해나 일반논평에서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권고 내용과 법률적으로 권고적 효력과 준사법적 효력 판단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도록 명확한 규정들이 필요하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리델 위원은 "올해 12월 세계인권선언 60주년 기념에 맞추어 유엔 총회에서 사회권 규약 '선택의정서'가 채택될 예정이며, 한국의 법률체계에서 작동하던 ESC권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