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9일자 사설 <'이명박식(式) 반값 아파트', 현실적 추진방안 찾아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아파트 분양가의 절반만 내고 집을 살 수 있는 '지분형(持分型) 주택분양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주택 소유권을 둘로 나눠 실(實)거주자가 절반을 갖고 나머지 절반은 부동산펀드나 연·기금 등 돈을 대는 투자자가 갖는 제도다. 예를 들어 2억원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을 때 실거주자와 투자자가 1억원씩 나눠 내고, 나중에 집값이 올라 집을 팔 때 이익을 절반씩 나눠 갖는다는 것이다. '이명박식(式) 반값 아파트'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당선자는 "제대로 되면 서민과 신혼부부 등 첫 출발을 하는 사람들이 적은 돈으로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좋은 안(案)"이라고 했다. 집 없는 서민들에겐 귀가 솔깃할 이야기다. 게다가 실거주자는 내야 할 돈의 절반을 국민주택기금에서 빌릴 수 있어 5000만원만 있으면 2억원짜리 집을 장만할 수 있다. 이렇게 서민 부담이 적고 정부의 추가 재정부담이 거의 없는 것이 지분형 주택의 장점이다.

    문제는 이 사업에 돈을 댈 투자자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투자자는 마음대로 집을 되팔지도 못하고 아무 이익 보장도 없이 돈을 10년 이상 묻어둬야 한다. 위험부담이 너무 큰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가 요구하는 기대 수익도 높을 수밖에 없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年) 7~8%인 것을 감안하면 지분형 주택 값은 연 10%쯤씩 계속 올라야 한다. 부동산 투기라도 부추기지 않고는 이렇게 집값이 계속 오르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1980년대 지분형 주택제도를 도입한 영국은 저소득층이 25% 지분을 산 뒤 임차료를 내면서 나머지 75% 지분을 꾸준히 사들이게 하고 있다. 민간자본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정 이자를 보장해 투자위험을 줄여주고 있다. 인수위 방안보다는 합리적인 편이다. 그럼에도 영국 지분형 주택은 9만6000여 가구에 지나지 않을 만큼 보급이 신통치 않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고민을 단숨에 해결해주는 수단이 못 된다는 얘기다.

    새 정부는 지분형 주택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이런 한계를 분명히 하고, 현실적인 추진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반값 아파트' 기대만 잔뜩 심어주고 실패한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의 전철(前轍)을 밟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