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급히 창당이 됐을 뿐만 아니라 너무 당이 자주 바뀌었다. 이식을 빈번히 해 나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해 뿌리 없는 정당이 돼 버렸다"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 김호진 당 쇄신위원장은 구랍 28일 소속 의원들이 모인 의원총회에서 자당을 이 같이 평했다. 31일 종무식에서는 "통합신당의 대선 패배는 4년 전 부터 서서히 진행돼 왔고 재보선에서 경고를 받았지만 파산 우려는 하지 않다가 결국 12월 19일 갑자기 무너졌다"며 대선 참패 원인을 분석했다.

    대선을 5개월 여 앞두고 급조된 터라 통합신당은 대선 참패란 무거운 짐을 들고 버티기도 힘든 상황이다. 갑작스런 파산선고에 통합신당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김 위원장의 말처럼 "뿌리가 없는 정당"이라 현역의원 142명이란 거대한 규모의 가지를 뻗치기에는 벅차다. 더구나 이들을 하나로 묶어내야 할 당 지도부마저 갈피를 못 잡아 통합신당은 '당 쇄신'을 놓고 자중지란에 빠졌다. 이처럼 당의 기반이 취약하고 구심점이 없다보니 각 계파간 갈등만 증폭되고 있고 '당 쇄신'은 이해관계에 얽혀 꼬여만 가고 있다.  

    '책임론'과 '인적청산' 주장이 제기됐지만 "책임지겠다"는 목소리는 이미 사라졌다. '누가 나가야 당이 살 수 있다'는 말만 난무할 뿐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의원은 없다. 2월 구성될 새 지도부가 4월 총선 공천의 바로미터이므로 각 계파는 생존을 위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고 이런 경쟁은 상대진영 헐뜯기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도부의 리더십은 이미 바닥에 떨어졌고 의원들간 결속력도 사라졌다. 구랍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사흘간 잇달아 열린 종무식 단배식 시무식에 참석한 현역 의원 수는 각각 8명, 14명, 4명에 불과해 행사를 준비한 당 사무처는 연일 고개를 숙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 내부는 와해 분위기다. 딴 살림을 차릴 경우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할지를 따져보느라 분주한 계파도 있다. 통합신당이란 이름으로 총선을 치르기 어려운 만큼 이념적 지향점이 뚜렷한 의원들, 386 등 세대별로 묶일 수 있는 의원들간에 뭉쳐 따로 살길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구체적인 논의가 오가는 상황은 아니지만 당 내부에선 어느 계파와 손을 잡으면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총선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를 계산하는 움직임이 있다. 총선 전 분당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 해도 총선 이후 친노와 비노 그룹간 결별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크다.

    2일 시무식에서 송현섭 재정위원장은 "우리는 건국 이래 50년 동안 정통야당을 하다 10여 년간 여당을 했고 이제 다시 야당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야성을 되찾자는 주장이었는데 통합신당 내에서 야당을 경험한 의원은 거의없다. 142명 중 3선 이상은 16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통합신당은 김 위원장의 말처럼 뿌리가 없는 정당이다. 대선 결과조차 소화하지 못하는 통합신당이 정통야당을 하기엔 아직 버거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