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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발표가 있던 5일 오전.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은 아예 검찰의 발표를 듣지 않았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연 통합신당은 검찰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예고했던 특검도입은 물론, 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와 검찰의 기소권 제한, 수사권 제한 등의 법 개정 작업에도 나설 계획을 세웠다. 선거유세도 전면중단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명동과 광화문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범국민 투쟁운동을 할 방침이다. 100분가량 공개한 의원총회에서는 오충일 대표와 강금실 공동선대위원장을 비롯해 14명의 의원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사실상 검찰성토장이나 다름없었다. 오 대표는 평소와 달리 격한 반응을 보였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여기까지 올 동안 검찰이 기여한 게 뭐냐"고 따졌다. "민청학련때, 인혁당 사건 때 검찰이 무엇을 했나. 안기부나 중앙정보부, 보안사 등의 힘에 의해 조정 받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정치적 압력에 의해, 권력의 이해관계에 앞에 법을 갖고 장난하는 이런 시대가 왔다"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11시 검찰의 발표를 더 이상 들을 것도 없다"고 했다. 참석한 의원들은 박수를 보냈다.
오 대표는 "김경준이 올 때부터 아무도 만나지 못하게 하고 감금상태에서 국민 앞에도, 언론 앞에도 내놓지 않아 오늘 내놓은 작품이 저것"이라면서 "이런 검찰을 누가 조사하겠느냐. 우리가 검찰을 수사해야겠다"고 주장했다. 또 "이 장난을 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 보고 있어야 합니까. 이 나라를 여기까지 오게 했던 범민주세력이 단결하고 양심세력이 단결해 범국민 투쟁을 해야 한다고 선언한다"고 역설했다. 참석한 의원들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제 더 이상 이명박 후보를 무서워하는 검찰의 수사내용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특검에 관해서는 한나라당을 뺀 모든 정당과 후보가 함께한다. 이회창 후보도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유세일정을 중단했다. 이회창 후보까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란 표현을 했다"면서 "더 이상 대한민국 검찰을 기대할 수 없고 국민여러분이 심판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시절이 '유신체제로 돌아가고 있구나' '5공 시절로 돌아가고 있구나'하는 불길하면서도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시대가 이제 민주투사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번 선거를 못 이기면 파시즘으로 돌아간다. 민주주의를 못 지켜 그런 권위주의 사회, 나치즘 파시즘으로 돌아간 사회는 얼마든 있다. 어제 버마 민주주의 지원 행사가 있었는데 우리가 버마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또 다시 버마로 부터 지원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고도 했다.
이 전 총리는 이어 "지난 월요일 검찰청을 방문했을 때도 검찰의 존립을 위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위해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예의바르게 촉구하고 격려했다. 말이 그렇지 전직 총리, 전직 지사와 국회의원 80명이 가서 그 정도 얘기할 때는 검찰이 알아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종률 의원은 "검찰이 이명박 후보 구하기 각본수사, 짜맞추기 수사라는 점을 명백히 드러내는 발표라고 규정한다"면서 "오늘 검찰이 진실과는 동떨어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순간 우리의 법치주의는 종말을 고하는 참담한 날로 기억되고 가장 치욕적인 날로 기억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성호 의원은 공직자부패수사처 설립과 검찰의 수사권 제한 및 기소권 제한을 주장한 뒤 "검찰이 무슨 역할을 했나. 수많은 용공사건에 주범 아니냐. 정치권력에 독재 권력에 아부했다. 단 한 사람도 반성을 안했다. 검찰을 정상화 시켜야 한다"고 역설했고 이석현 의원은 "검찰의 이런 짓거리를 보면서 너무 걱정스럽다"며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로 진화했는데 검찰만 보면 아직 네안데르탈인"이라고 비꼬았다.
특히 이 의원은 "지금은 선거운동 보다 저항운동이 먼저"라면서 "필요하면 대선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고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렇게 검찰이 이명박을 두려워하게 만드는데 이 문제의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3달간 대선을 연기하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이 짓거리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청래 의원은 "김경준씨가 아마 시간이 충분하게 있었다면 '한국검찰이 이명박을 무서워해요' 이다음 문장은 '그런데 한국검찰이 국민을 물로 봐요'라고 쓰지 않았을까"라고 비꼬았다.
한편 통합신당은 대선과 BBK 사건에 대한 언론보도가 불공정하다고 판단, 이날 방송사를 포함 언론사 항의방문을 할 방침도 세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