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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창당 10주년 기념일인 21일 김덕룡 의원은 이회창씨에게 공개편지를 보내고 “명분과 도덕성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며 후보 사퇴와 한나라당 복귀를 다시 한 번 당부했다. 5선인 김 의원은 1997년 ‘9룡의 전쟁’이라고 불렸던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씨와 경쟁했으며 2001년 말에는 당 개혁을 요구하며 대립했었다.
김 의원은 “이 전 총재의 최근 일련의 행보는 역설적이게도 이 전 총재가 그렇게도 간절히 바라는 정권교체를 훼방하는 것이며 이 전 총재를 위해 두 번에 걸쳐 있는 힘을 다해 헌신했던 한나라당과 당원들을 배신하는 일”이라며 “이 전 총재의 정치적 뒤끝이 부디 국민의 눈에 아름답기를 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A4 3장 분량의 긴 편지를 통해 한나라당 창당 과정과 이씨가 두 번 대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과정을 회상하며 “한나라당의 창당목적이자 주역이었던 이 전 총재의 행보가 과연 적합한 것인지, 과연 정의로운 길인지 다시 한 번만 더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한나라당은 이 전 총재를 당선시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창당된 당”이라며 “바로 그 한나라당을 창당하고 한나라당의 존재동기였던 이 전 총재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97년 대선에서) 이 전 총재 아들들의 병역문제로 인한 타격이 너무도 컸기 때문에 불과 39만여 표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한나라당은 재집권에 실패했다” “한나라당은 (2002년 대선에서) 다시 한 번 좌절을 겪어야 했다. 역시 이 전 총재 아들들의 병역문제와 원정출산 문제 그리고 호화빌라 문제 등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차떼기 당이라는 씻지 못할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됐다” 등 두 번의 대선패배 원인이 이씨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후보 사퇴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다음은 김덕룡 의원의 공개 편지 전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께 드립니다.
오늘 오전 한나라당 창당 10주년 기념식이 열렸습니다.
물론 그 자리에 이회창 전 총재께서는 계시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늘 10년 전의 한나라당 창당 과정이 파노라마 같이 떠올라 벅찬 감회를 억누를 길 없어 이회창 전 총재께 이 글을 드립니다.
그때 우리 한나라당이 어떻게 창당되었습니까?
이회창 전 총재께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10년 전 이맘때쯤 상황을 다시 기억해 보십시오. 소위 9룡이라고 불렸던 대통령후보 경쟁자들이 줄줄이 탈당을 해서 이 전 총재께 등을 돌리고, 이 전 총재 아들들의 병역문제 때문에 당시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고작 10%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다가 느닷없는 김영삼 대통령에 대한 탈당요구로 당 내부마저 분열되자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권을 뺏기겠으니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서슴없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습니다.
저 또한 이회창 전 총재와 경쟁했던 사람이고 누구보다 가깝게 김영삼 대통령을 모셨던 사람이었지만, 정통성 있는 보수정당의 후보, 그리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출된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옳은 길이고 순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당선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획기적 대책이 있어야겠다는 판단으로 당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조순 후보와 이기택 총재를 간곡하게 설득해 두 분의 용단으로 신한국당과 통합을 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조순 후보로 하여금 대통령 후보를 이회창 후보에게 양보하게 하면서 이어 한나라당을 창당, 초대 총재를 조순 후보에게 맡기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한나라당입니다.
그러니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한나라당은 이회창 전 총재를 당선시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 창당된 당인 것입니다.
바로 그 한나라당이 창당 1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하는 오늘 창당주역의 한사람이었던 제가 어찌 감회가 남다르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무거운 책임감마저 돌기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한나라당을 창당하고 한나라당의 존재동기였던 이회창 전 총재께서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계십니까?
10년 전 오늘 우리는 한나라당 창당대회와 전당대회를 성대하게 치렀습니다. 그리고 이회창 후보를 당선시켜 정권을 재창출하자고 굳게 결의했습니다. 그 전당대회를 전기로 해서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은 급격히 올랐고 마침내 상대인 김대중 후보와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회창 후보 아들들의 병역문제로 인한 타격이 너무도 컸기 때문에 불과 39만여 표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한나라당은 재집권에 실패했습니다.
그 결과가 우리 국가공동체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습니까?
온 국민이 겪어 나온 바와 같이 어설픈 좌파정권의 출범으로 우리 국가사회가 온통 어지럽게 흔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국력은 쇠퇴하여 국론은 분열하고, 국민은 4분5열 흩어지는 계기가 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한나라당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 번 굳게 뭉쳤습니다. 한나라당을 창당할 때 임기가 보장되어 있던 조순 총재를 이 전 총재께서 밀어내면서 내홍을 겪기도 했지만 이후 5년간 한나라당은 또 다시 이회창 전 총재님의 대통령 당선과 집권을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다시 한 번 좌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역시 이회창 후보 아들들의 병역문제와 원정출산 문제 그리고 호화빌라 문제 등이 우리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차떼기 당이라는 씻지 못할 오명까지 뒤집어쓰게 되었습니다.
두 번의 대선패배로 국민과 당원에게 무거운 짐을 지어주고 인고의 세월을 보내게 만든 분이 바로 이 전 총재님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나라당과 당원에게 그리고 국민들께 오늘 이회창 전 총재의 대답이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오직 당신을 위해서 창당되었던 한나라당과 두 번씩이나 당신의 당선을 위해서 불철주야 뛰었던 당원들에 대한 대답과 보답이 이것일 수 있습니까? 진정 이러실 수 있는 것입니까?
이것이 당신께서 그렇게 자주 말씀하시던 ‘법과 원칙’이란 말입니까.
한나라당 창당 10주년을 맞는 오늘 과연 당신의 선택이 법과 원칙에 맞는 것인가를 다시 한 번 심각히 생각해 보시기를 이회창 전 총재께 진심으로 고언 드립니다. 아니,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과연 할 수 있는 일인지 묻고 싶습니다.
단순히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서거나 한나라당이 집권하기 위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잃어버린 10년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 국민 대다수가 한나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목표로 뛰고 있는 오늘, 바로 그 한나라당의 창당목적이자 주역이셨던 이회창 전 총재님의 행보가 과연 적합한 것인가? 그리고 과연 정의로운 길인가? 다시 한 번만 더 생각해 주십시오.
이회창 전 총재님의 최근 일련의 행보는 역설적이게도 이 전 총재께서 그렇게도 간절히 바라는 정권교체를 훼방하는 것이며, 이 전 총재를 위해 두 번에 걸쳐 있는 힘을 다해 헌신했던 한나라당과 당원들을 배신하는 일이며, 이 전 총재께서 그렇게 강조하시던 법과 원칙에도 정면으로 어긋나는 일입니다.
명분과 도덕성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습니다. 이 전 총재님의 정치적 뒤 끝이 부디 국민의 눈에 아름답기를 빌어마지 않습니다.
이회창 전 총재님의 분명하고 올바른 답변을 한나라당 당원들과 함께 기다리겠습니다.
2007년 11월 21일 한나라당 창당 10주년 기념일에
김 덕 룡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