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비자금 조성 로비 의혹’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한나라당의 표정이 복잡해 보인다. 한나라당은 13일 범여권의 ‘삼성 비자금 특검’ 요구에 대해 “삼성 비자금 특검을 하려면 비자금에 대한 전반적인 특검이 필요하다”면서도 확실한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범여권이 ‘부패 vs 반부패’ 대결 구도로 끌고 가기 위해 삼성 비자금 논란을 ‘단초’로 이용하려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경원 대변인은 “여권에서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데 특검을 하고자 하는 진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떡값 검사’ 논란까지 번진 삼성 비자금 의혹을 팔짱만 끼고 지켜볼 경우 불수 있는 역풍을 우려, 특검 수사 대상에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대선 자금 및 당선 축하금”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해 ‘부패 vs 반부패’ 대결 구도를 끊겠다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동시에 2002년 대선 자금을 수사하게 되면 한나라당도 수사망에서 피해갈 수 없기에 이회창 전 총재도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은 무소속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 전 총재를 향해 “차떼기 죄인”이라며 2002년 불법대선자금의 책임을 묻고 ‘대선 잔금 의혹’을 제기했었다.

    나 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삼성비자금 특검을 하려면 비자금에 대한 전반적인 특검이 필요하다. 비자금 조성과 형성 뿐 아니라 사용처가 핵심이 돼야 한다”며 “떡값 검사에 한정한 특검은 반대하고 비자금 전체에 대한 특검 대상에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의 대선자금 및 당선 축하금이 포함돼야 한다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 나 대변인은 그러나 “원내대책 회의 논의는 최종 결정은 아니고 최고위원회의에 건의한 뒤 최고위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삼성 비자금 조성 시기와 관련 상당부분이 2002년 대선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및 당선 축하금으로 사용됐다는 시중의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이 많다”며 “이미 지난번 대선자금 수사 때 노무현 후보가 삼성 등 기업체로부터 65억원의 비자금을 측근인 안희정씨를 통해 받은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특검으로 가려면 이런 부분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패 세력이 누구냐. ‘떡값 검사’는 노무현 정부 문제”

    앞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는 이번 대선을 ‘부패vs반부패’ 대결구도로 이끌려는 범여권의 ‘반부패 연대’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주성영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측에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등과 더불어 한나라당을 부패세력으로 규정하려고 노력하는 듯하다”며 “삼성 비자금 특검은 원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예단 없이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 후보 측에서 부패 이야기를 하는데 통합신당과 민주당도 불법대선자금에서 자유로운 것 아니다”며 “정 후보는 의장일 때 불법대선자금을 헌납하겠다고 이야기해 놓고 아직 실천하지 않았다. 부패 세력이 과연 누구냐. 한나라당과 연결시키려는 정 후보 측의 시도는 가소로울 따름이고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가 ‘떡값 검사’ 명단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서는 “임 내정자 청문회에 앞서 떡값 문제가 거론됐는데 이것은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 구속, 전군표 전 국세청장 구속, 변양균-신정아 권력형 비리로 인한 구속 등 참여정부, 노무현 정부 문제다”고 선을 그었다.

    최구식 의원은 “부패는 원래 권력의 음지에서 싹트는 것이다. 저쪽 분들이 권좌에 있은 지 벌써 10년이다”며 “벌써 잊어버렸는지 모르지만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권은 역대 정권 중 가장 부패와 관련이 깊은 정권이다. 지금 현 권력에 있는 분들의 황당무계한 발상에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생각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