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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3일자 사설 '박근혜 전 대표는 원칙과 상식을 지켰다'입니다.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2일 “한나라당으로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는 처음 생각에서 변함이 없다”며 “그런 점에서 이회창 전 총재가 대선에 출마한 것은 정도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저는 한나라당 당원이고, 한나라당 후보가 이명박 후보인 것은 변함이 없다”고 이 후보에 대한 지지 입장도 밝혔다. 박 전 대표는 “당원이니까 선거가 되면 당연히 선거 운동을 해야 한다”고, 곧 이 후보 선거 운동에도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박 전 대표는 대구에서 열린 당 대회에도 자신의 측근 의원들을 참석시켰다.
박 전 대표는 이회창씨 출마설이 본격화된 후 지금까지 열흘 정도의 기간 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박 전 대표 지지층이 상당수 이씨 지지로 옮겨가 당 지지세력이 분열된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침묵은 “경선 불복”이나 “이회창 지지”와 같은 구구한 억측을 낳았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명확한 언급으로 이러한 억측에 쐐기를 박았다. 강재섭 대표가 “박 전 대표는 대로를 역주행하거나 갓길을 가는 정치인이 아니다”고 한 것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 박 전 대표는 깨끗한 경선 승복에 박수를 보낸 국민들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았다.
이날 박 전 대표가 밝힌 입장은 정상적 민주 정치, 정상적 정당 정치에선 너무나 당연한 상식이다. 이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이 희귀한 일이 돼 버린 것이 지금의 대선 판이다. 박 전 대표의 입장 발표가 노름판이 돼가던 이번 대선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박 전 대표는 이 후보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내년 총선 공천권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승자가 공천권을 갖고 무소불위로 휘두르는 것은 무서운 정치”라고 했다. 패자로서 박 전 대표가 가장 우려할 수밖에 없는 것은 내년 총선에서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이 공천에서 배제되는 상황일 것이다. 비록 당헌·당규상 총선 공천이 당에서 이뤄진다고는 해도 대통령이 마음먹기에 따라선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사실을 잘 아는 패자 측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엊그제 이 후보가 먼저 “당헌·당규대로 당에서 총선을 치를 것”이라고 했고, 박 전 대표도 이날 “당헌·당규에 따라 공천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는 당헌·당규의 문제가 아니다. 이 후보가 상대를 존중하는 보복 없는 정치를 하겠다는 다짐을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달린 문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