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던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이 이회창 전 총재의 사퇴를 요구하며 9일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하루 전부터 예고된 권 의원의 기자회견을 두고 ‘탈당 뒤 이회창 지지할 것’이라고 잘못 알려지는 해프닝이 벌어졌었다.

    권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재님이 다시 한 번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려 우리들 옆으로 돌아올 때까지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책상을 모두 뺀 의원실 안에 장판을 깔고 앉은 채 기자회견을 했다. 그의 뒤에는 ‘총재님! 사랑합니다. 그러나 출마는 잘못된 것입니다’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권 의원은 기자회견 사실을 사전에 통보해 놓고 전화를 받지 않아 ‘이회창 지지 논란’을 증폭시켰던 점을 사과부터 했다. 그는 “어느 정도 결심하고 나서 언론 쪽에 시간을 알려야 할까 고심했다. 혹시라도 나의 이런 결심이 약해질까봐 이 전 총재 측과 이명박 후보 측을 포함해 누구와도 통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회창씨를 깍듯이 “총재님”이라고 호칭하며 ‘충정’을 강조한 뒤 한나라당 대선 승리를 위해 이씨가 사퇴해 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지금 너무도 비장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총재님은 나에게 ‘마음의 스승’과도 같은 분이었다”며 “그런 분께서 이제 잘못된 판단으로 잘못된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을 보면서 세상의 무게가 짓누르는 것과 같은 번뇌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나와 한나라당이, 그리고 대한민국이 겪은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하고 참담했다. 그래서 지난 대선 후 스스로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겠다고 맹세하고 또 맹세했다”며 “내가 총재님을 도와드리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002년 우리 모두가 역사의 죄인이었으며 이제는 그 원죄로부터 벗어나야 할 때이다. 저나 총재님이나 다시는 역사의 죄인이 돼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그는 “저는 총재님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그러나 출마는 잘못된 것이다. 대의명분, 국민의 기대, 순리와 절차, 그 어느 면에서도 옳지 않다”며 “부디 저의 이 안타깝고 진실한 마음이 고스란히 총재님께 전달돼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와 선진한국 건설을 위한 정도로 되돌아오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 “하루라도 빨리 총재님께서 그토록 사랑했던 한나라당으로 돌아오시라”며 “그래서 이명박 후보와 두 손 맞잡고 총재님께서 그토록 원하던 ‘반듯한 나라’ ‘반짝반짝 빛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큰 힘이 돼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권 의원은 “나를 안부르는 것이 나를 돕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연락 없었다”며 이씨로부터 대선 운동을 도와달라는 그 어떤 요청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아무와 상의하지 않았으며 독자적으로 결정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