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소속 대선 출마 선언 이후에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한나라당내 ‘침묵’을 지키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행동’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이회창 출마 규탄대회’ 차원으로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이 전 총재에 대한 비판만큼 당의 단합을 위해 박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압박’이 많았다.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 지지층 상당부분이 이 전 총재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이 전 총재 지지율의 ‘거품’을 빼기 위해서는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명박 후보 측이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로 화합에 대한 성의를 보였으니 이제는 박 전 대표가 화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희룡 의원은 “진정성을 이야기 한다. 승자의 포용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마찬가지로 패자의 승복에도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며 “마지못한 소극적 태도는 승복이 아니다”고 박 전 대표 측을 겨냥했다. 원 의원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배역표는 국민이 투표를 통해서 줬고 하늘이 준 것이다. 배우들이 마음대로 배역표에서 이름을 지워서 다른 이름을 집어넣는 것은 아니다”며 “조연이라고 할지라도 주연만큼 열연하는 조연이 있을 때 그 드라마는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고 조연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고 박 전 대표를 압박했다.

    그는 “내년 4월 공천 이야기를 하는데 우리 당헌에는 이미 당권 대권이 분리돼 있다. 소위 승자도 내년 공천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주류 교체를 결국 총선에서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데 누구 마음대로 하느냐. 오버하는 과욕은 금물이다”고 이 후보 측에도 쓴소리를 했다. 또 “당헌 당규에 당권 대권이 불리 돼 있는데 그 이상의, 종잇조각의 약속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당헌당규를 믿고 상속 싸움은 나중에 하자. 우리 자신부터가, 승자 쪽이든 패자 쪽이든 이대로만 가면 이길 수 있다는 모습이 최대의 적이다”고 양 진영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승자의 포용과 패자의 승복이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을 때 미래의 영광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며 “어려울 때 함께 하는 것이 진정한 영광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BBK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 측 변호사가 준 잘못된 정보를 믿고 김경준 귀국 이후 벌어지는 사태를 지켜보고 태도를 정하자는 분도 있다고 한다. 김경준이 와서 네거티브를 하면 어쩌자는 것이냐”며 “우리는 이미 후보를 뽑았다. 공동운명체로서 우리가 뽑은 후보를 우리가 보호하고 힘을 합쳐 네거티브 공세를 극복해야지 김경준이라는 사람이 독립투사가 되는 것처럼 태풍을 일으켜 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다음은 박근혜지 어떻게 이회창이 나서나” '박근혜 대안론'

    김명주 의원은 박 전 대표를 직접 거명하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김 의원은 “이제는 존경하는 박 전 대표가 나서줘야 한다”며 “더 이상 언론에서 박 전 대표의 선택에 의해 이회창이 될 수 있다는 듯한 보도가 나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눈치를 보고, 김경준을 보고, 여론을 보고 거취를 표명하겠다는 식으로 박 전 대표가 어물어물 하는 순간 한나라당은 와해될 것”이라며 “합법적으로 정당한 후보가 선출됐으면 그 후보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는 것이 박 전 대표다운 큰 지도자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는 “만약 이 후보가 무슨 잘못이 있어서 국민이 바라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 다음에는 박 전 대표가 나서야지 어떻게 이 전 총재가 나설 수 있느냐”며 “이 전 총재는 완패한다고 믿지 않으면 끝까지 갈 것이다. 박 전 대표가 큰 정치지도자로서 빨리 한나라당의 분열을 수습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박근혜 대안론’으로 박 전 대표 측을 설득하려 했다.

    권오을 의원은 “더 이상 당 화합을 이야기하지 말자. (당내) ‘니편, 내편’(이 있다는 것) 인정한다. 그러나 이 편이든 저 편이든 다른 선택의 길은 없다”며 “내년 총선을 왜 걱정하느냐. 총선에 가면 그때 논리, 그때 분위기, 그때 판이 있다. 왜 그런 것을 걱정하느냐. 우리가 소인배들은 아니지 않느냐”고 박 전 대표 측을 겨냥했다. 그는 “어제 이재오 최고위원이 사퇴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자”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