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한 이회창 전 총재와의 전면전을 위해 전투태세에 돌입했다. 한나라당은 8일 이 전 총재 출마의 부당성을 알리는데 초점을 맞춰 향후 대선 일정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강행군을 이어가던 이명박 후보도 이 전 총재와의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장고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 모인 당 지도부의 표정은 불출마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만 이 전 총재에 대한 배신감이 묻어났다. 또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인한 보수진영 분열을 우려한 위기감도 느껴졌다. 전날 이 전 총재 출마선언 직후 긴급최고위원회의를 갖고 “이 전 총재와 삿대질 하고 싸워야 한다”며 대대적인 공격을 예고한 바 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총재가 어제 출마를 선언했다. 당으로서는 가장 (큰) 위기를 맞은 엄중한 사안이다”며 “오늘부터 243개 지구당(당협위원회)에서 규탄대회이나 기자회견 등 모든 카드를 동원해서 이 전 총재 출마 부당성을 알리는데 매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오늘부터 (대선후보) 등록일까지 남은 날짜가 많지 않다. 내일 경남 일정은 이전대로 소화하고 이후 모든 일정은 전면적으로 조정하겠다”며 “이 후보도 이런 위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깊이 장고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음 주가 되면 (BBK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가 돌아오게 된다. 이 전 총재의 출마, 김경준씨 귀국 이런 것이 앞으로 우리가 넘어야할 파고가 아닌가 생각된다”며 “기존 일정을 전면 수정해서 대응책을 전면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위기에 대한 대처 방안 등 여러 가지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했다.

    김학원 최고위원은 “오늘 아침 신문을 펴보면서 언론에 나타난 국민들의 여론을 보고 참으로 참담한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에서 대통령 후보를 두 번씩이나 했던 분이고, 올곧고 정직한 분으로서 국민들의 존경을 받던 분이 스스로 하신 여러 가지 말씀을 지금에 와서 번복하는 결과로 평가되고 국민들로부터 지탄의 대상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큰 소용돌이로 빠지게 된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내부 단합을 강조했다. “앞으로 한나라당이 국민 여망을 받드는 정권창출을 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많은 반성과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때가 늦지 않았으니까 스스로 고칠 것은 고치고 바로 잡을 것은 바로 잡아서 전열을 가다듬고 화합하고 단합하는 가운데 승리를 위해 함께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력하게 대응할 것은 한마음으로 대응해서 반드시 국민이 여망하는 한나라당의 정권창출을 꼭 해야 한다”고 했다.

    한나라당 서울지역 48개 당협위원장들도 이날 국회에서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 선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