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후보는) 스스로 창당한 (열린우리) 당을 깨야할 만한 이유가 있었는지를 들어봐야겠다. 또 내가 당에서 사실상 쫓겨나지 않았는가. 나를 당에서 그렇게 할 만한 심각한 하자가 뭐가 있었는지 설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노무현 대통령)

    "나중에…"(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노 대통령이 정 후보에 던진 질문과 이를 전해들은 정 후보가 보인 반응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 후보에게 불편한 감정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노 대통령과 친노진영의 지원을 받아보려고 몸을 낮추며 변신까지 시도한 정 후보의 입장에선 난처할 일이다.

    마침 정 후보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김근태 의원에게 지원을 요구하는 '5인 회동'(오충일 대표 포함) 자리에서 노 대통령의 질문을 전해들었다. 이들의 지원을 받아 '정동영 중심의 대권레이스'를 펼치려는 정 후보에게 노 대통령이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22일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열린 5인 회동에서 정 후보는 자신의 인사말을 마지막으로 회동을 비공개로 돌리려 했으나 이때 한 기자가 노 대통령 발언을 전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던 5인 회동에서 밝은 표정을 짓던 정 후보는 질문을 받고 순간 표정이 일그러졌다.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그건 최재천 대변인이… 나중에…"라며 답을 피했다.

    김현미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우리는 '노코멘트'가 공식적인 입장이다. 누구에게 물어도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을 것이다. '(정 후보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고 해 달라"고 말했다. '왜 노코멘트를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김 대변인은 "그것도 노코멘트"라며 언급 자체를 피했다. 그러나 난감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노 대통령과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 대통령 및 참여정부에 대한 발언을 극도로 조심하는 정 후보로선 노 대통령의 공격이 뼈아프다. 

    정 후보가 회동 마지막에 입장 표명을 최재천 대변인에게 미뤘지만 정작 최 대변인은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최 대변인은 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입장을 정 후보에게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걸 어떻게 코멘트 하겠느냐"는게 최 대변인이 밝힌 입장이었는데 정 후보도 마찬가지 일 것이란 반응을 보여 정 후보가 직접 노 대통령 발언에 답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 후보 측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 발언에 관한 질문에 일체 함구한다. 묻지 말아달라는 게 정 후보 측 입장이다. 그만큼 난처하다는 것이다.

    큰 이견없이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및 정부의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에 대한 입장, 그리고 남북정상회담 선언의 국회비준동의 등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낸 이날 5인 회동에서 손 전 지사는 정 후보에게 뼈 있는 농담을 던져 이목을 끌었다. 

    손 전 지사는 공개로 진행된 회동 내내 자신의 손을 잡으며 화해의 제스처를 한 정 후보에게 "경선 과정에서 (나를) 지지했던 지지자들과 계룡산을 등반했다"고 소개한 뒤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지만 지지자들에게 수고했다고 격려하면서 '마음이 많이 상하셨죠?'하고 물었는데 어떤 지지자들은 '어제 처음 밥을 먹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서운했던 감정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인데 손 전 지사는 곧바로 정 후보에게 쌓인 앙금을 노출했다. 그는 "내가 (지지자들에게) 대선필승을 위해 힘차게 나가자고 했고 정동영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다 함께 나가자고 했는데 박수를 안치는 사람들이 좀 있더라"고 했다.

    잠시 손 전 지사의 손을 놓고 있었던 정 후보는 이때 손 전 지사의 손을 다시 잡았다. 정 후보는 "박수를 50% 쳤다는데 엄청 많이 친 것이다. 오늘 이후에는 100% 칠 수 있도록 잘 모시겠다"며 잠시 어색해진 회동 분위기를 전환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