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독주가 지속되고 있다. 17대 대선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발표되는 각 언론사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후보는 모든 가상대결에서 30%P 이상 격차로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이 크게 반색할 일이지만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이 후보와 한나라당을 대세론에 빠뜨렸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 할 근거는 최근 곳곳에서 발견된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최근 슬그머니 '차떼기 주역'인 최돈웅 전 의원과 김기배 이세기 전 의원 등 민정계 정치인들을 당에 복귀시켰다가 여론의 비난이 일자 '없던 일'로 꼬리를 내렸다. 당이 이들에게 고문 임명장을 주던 날 이 후보는 회의에서 "차떼기 당 이미지를 완전히 씻어내지 못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그런 나쁜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며 당 이미지 개선을 촉구했다. 그 직후 이 후보의 방에서 함께 차를 마시며 강 대표가 이들에게 임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래도 여론은 한나라당에 여전히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대세론'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세론'은 '이회창 대세론'보다 더 탄탄하다"(윤여준 전 여의도연구소장)고 주장한다. 강재섭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지면 우리는 정말 병신"이란 말까지 했다. 그래서 한나라당의 대선 전략은 어느새 '몸조심'으로 변했다. 이대로만 가면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실수'가 많다는 이 후보의 단점을 보완할 방편으로 이 후보의 언론노출을 최대한 자제시키고 있다.

    경부운하와 당의 새 대북정책인 '한반도 평화비전'도 당내 반발이 거세지만 어물쩍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의 대북 정책은 9월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결정하겠다는 스스로의 주장도 뒤집었다. 범여권의 한 재선의원은 "(이 후보가) 마사지걸 발언을 백번해도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세론을 비꼰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생겼다. 부동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간 경쟁이 한창이던 5월 부동층은 10.3%(조선일보-한국리서치 조사 5월26일)였으나 이들의 치열한 경쟁이 끝난 뒤 부동층이 조금씩 늘어 10월 조사에서는 24.2%(조인스닷컴-미디어리서치 10월 15일)까지 올랐다. 5개월 사이 부동층이 10%P나 증가한 것이다. 조인스닷컴이 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이미 지지후보를 결정했다'(48.9%)는 응답보다 지지유보층(49.5%)이 더 많았다. 부동층의 증가와 지지유보층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크게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이들은 특성상 대선에 임박해 굵직한 이슈가 터지면 언제든 이동할 수 있다.

    8월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뒤 60%까지 상승했던 이 후보의 지지율도 크게 빠진 상황이다. 일부 조사에선 40%대로 내려앉았다.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합이 70%를 넘었던 5월 조사(이명박 47.3%, 박근혜 23.4%. 한국갤럽 5월 26일)와 비교하면 지금 이 후보의 지지율은 박 전 대표의 지지층을 확실히 껴안지 못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최근 양진영의 갈등이 재점화 되고 있어 집토끼가 빠져나갈 여지도 큰 상황이다. 

    더구나 이번 대선판도가 이 후보의 일방적인 독주로 진행되면서 이전 대선과 달리 대선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이 후보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어차피 이명박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강해 보수진영의 투표율이 낮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어느 연령대와 계층의 투표율이 높으냐에 따라 선거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분위기는 이 후보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껏 대선이 어느 한 진영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 선례는 없다. 1위 후보 견제를 위한 정당간 연합과 후보단일화 등의 인위적 정치지형 변화 탓도 있었지만 특정 정당과 후보에게 절대권력을 위임하지 않으려는 유권자의 성향이 '51대 49'란 대선법칙을 형성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2004년 총선에서 탄핵역풍 속에 한나라당이 개헌저지선을 확보한 것도 선거 막판 유권자의 견제심리가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이 후보의 현재 지지율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2위인 대통합민주신당(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는 10%대 중·후반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2월 이 후보와 박 전 대표간의 지지율 격차와 비슷한 수치다. 한국갤럽의 2월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47.9%였고 당시 2위를 달리던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은 17.5%였다. 그러나 이 후보는 경선 막판 박 전 대표에게 추격당했고 여론조사와 자신의 지지기반인 서울과 호남을 제외하고는 박 전 대표에게 패했다. 그만큼 이 후보의 지지층이 느슨하다는 것이다. 

    정 후보 선출 뒤 이 후보에게 갔던 호남 지지층이 빠르게 빠지고 범여권 후보들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의관 전북정읍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은 "DJ가 지난 대선 당시 여권의 정치공작보다 더 큰 일을 할 것이고 노무현 대통령의 테크닉도 쉽게 봐선 안된다"며 "그 사람들(노무현-DJ)은 15일이면 정권을 잡을 수 있다.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두 달밖에 남지 않은 대선이지만 여론이 변화할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