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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경선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조용한 행보를 보여 온 박근혜 전 대표가 10월부터 지역구(대구 달성군) 행사에 참석하는 등 활동 재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박 전 대표는 그동안 국회 상임위원회나 본회의 출석 등 의정활동에만 전념하면서 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함구해 왔다. 경선 이후에도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갖는 언론에 “다 쓸데없는 얘기고 사족이다. (기사를) 쓰지 말아 달라”고까지 했었다.
하지만 경선 기간 중 박 전 대표를 도왔던 이른바 ‘친(親)박근혜계’ 의원들은 경선이 끝난 뒤에도 꾸준히 ‘뭉치며’ 그들만의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명박 후보 당선 이후 단행된 당직 인선에 대해 “무늬만 화합”이라며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친박 의원들이 이 후보 측을 향한 이 같은 불만을 한 자리에 모여 표출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친박 의원들은 20일 경선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의 생일 축하를 위해 모인 것을 계기로 김기춘 의원 생일이 있는 다음 달에도 모임을 갖기로 하는 등 ‘생일 모임’을 이어 가기로 했다. ‘뭉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결속력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지난 11일에는 본회의가 끝난 직후 모여 시도당위원장 출마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경선 이후 ‘주류’에서 철저히 밀려나면서 내년 총선 공천까지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친박 의원들이 당내 세력화를 통해 ‘살길’을 찾겠다는 의도로 해석했다.
그러나 ‘침묵모드’를 지키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오히려 ‘박근혜’라는 이름 아래에 뭉친 의원들의 세력화에 한계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친박 의원들은 이 후보 측의 당 운영에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한 목소리로 박 전 대표에게 누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간혹 “당이 이렇게 위계질서가 없어서야…” 등 당내 현안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의견이 제3자를 통해 전해지기도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직접 언급하지는 않기에 부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조용한 행보’가 자연스럽게 친박 의원들의 행동에 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 박 전 대표가 외부 행사에 참석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뭉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인 셈이다. 박 전 대표를 필두로 친박 의원들이 대거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그림’만으로도 당내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다. 또한 박 전 대표가 외부 활동을 재개하는 곳이 지난 경선에서 이 후보를 두배 이상의 표차로 압도한 대구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당내외에는 대구를 중심으로 ‘영남당’이 출현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박 전 대표의 10월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