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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화려한 휴가'가 700만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가운데 1980년 5월 전남도청 앞에서 공수부대원들이 장갑차와 트럭 등을 몰고 돌진해오는 시위대를 향해서 발포했을 때 부대 지휘관이었던 안부웅 대령(예)과 조창구 대령(예)이 '화려한 휴가'는 왜곡이라고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어 주목을 끌었다.
당시 11공수여단 61대대장이었던 안 대령과 62대대장이었던 조 대령 등 공수부대 장교 출신 인사들은 2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반군(反軍)영화 화려한 휴가 왜곡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이날 '화려한 휴가'의 왜곡에 유감을 표한 후 이를 방관한 국방부에 항의하는 한편 영화사측에 해명할 것을 요구했다.특히 이들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공수부대가 누군가로부터 사격명령을 받고 탄창을 M-16 소총에 일제히 끼운 뒤 무릎 쏴 자세를 취한 다음 애국가를 부르는 시민들을 향해 아무런 경고도 없이 일제히 사격하는 장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전남도청 앞에서는 그런 사격도, 그런 사격 명령을 내린 장교도 없었던 사실을 강조했다.
1995년 검찰수사는 '당시 공수부대 발포는 시위대가 탈취한 장갑차를 몰고 군인들을 향하여 돌진, 공수부대원을 깔아 사망하게 한 사건을 계기로 자위적, 그리고 조건반사적 대응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시위군중이 장갑차로 돌진 대원들이 반사적 자위적으로 발포"
이들은 "영화의 장면은 완전 조작"이라며 "당시 전남도청 방호 임무에 투입된 제 7, 11 공수여단 대원들은 장갑차 트럭 버스로 무장한 시민군의 포위돼 있었으며 실탄은 중대장 이상 장교들에게만 1인당 15발씩 지급된 상태였다. 시위군중이 장갑차와 트럭으로 돌진해와 한 병사를 깔아뭉개 즉사케 하자 대원들이 반사적 자위적으로 발포한 것"이라고 말했다.안 대령은 "지난 30여년간 검찰조사, 국회 청문회, 올해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 조사까지 광주사태로 조사를 수없이 받았다. 광주사태 이야기는 악몽이라고 할 정도로 지긋지긋하다"면서 "나는 오늘날까지 사실만 이야기했지만 국민 일부분만이 납득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영화가 나왔다"고 성토한 뒤 "너무 황당하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30여년동안 조사해서 대법원 판결까지 받으며 규명된 사실을 왜곡했다"고 말했다.
5.18때 오른손을 잃어버린 조 대령은 "왜곡이 진실이 돼버린 화려한 휴가를 보고 눈물이 났다"고 비참한 심정을 토로한 뒤 "비록 30년동안 몸은 불구였지만 정신은 생생히 살아있다. 화려한 휴가는 진실을 왜곡했다"고 말했다.
"장갑차로 돌진해 공격해 올 때 어느 정도의 진압이라야 적정한가"
특전공수부대 출신으로 육사교장을 역임한 민병돈 예비역 장군은 "사태초기 공수부대는 최루탄과 방패도 없이 투입됐다. 시위대가 차량 돌진으로 공격해 올 때 어느 정도의 진압이라야 적정한가"라며 "민간인이 무기고를 습격하고 소총 기관총 장갑차로 중무장해 헬기를 향해 사격하고 광주교도소를 습격했다. 임산부의 배를 갈랐다. 경상도 군인들만 투입했다는 거짓 유언비어가 시민들을 흥분시켰다. 167명의 민간인과 함께 4명의 경찰관 23명의 군인이 전사했다. 그렇다면 광주시민과 공수부대도 다 같은 역사의 피해자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전남도청을 지켰던 공수부대원들이 아직 눈을 뜨고 살아 있는 지금 이런 조작과 명예 훼손이 자행되고 있으나 국방부는 침묵하고 있다"며 국방부는 영화사측에 의법 조치하고 공개적으로 공수부대의 집단발포가 없었다는 사실을 발표 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영화사측에 대해선 9월 30일까지 군에 사과하고 광주투입 공수부대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아울러 "광주시민들의 양식에 호소한다"며 "1980년 5월 21일 대낮에 전남도청 앞에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광주시민들이 먼저 '화려한 휴가'의 왜곡을 지적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