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7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미국에 머물고 있던 신정아씨가 16일 일본을 거쳐 귀국했다. 지난 7월 자신의 학위 위조 사실이 불거진 직후 미국으로 도피한 지 꼭 두 달 만이다. 신씨는 공항에서 검찰에 연행됐다.

    신씨의 갑작스런 귀국에서는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신씨는 변씨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기 바로 전날까지도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서슴지 않았다. 예일대 학위 위조엔 자신의 잘못이 없고 캔자스대 학부 졸업에 대해선 “나도 모르겠다”는 황당한 얘기를 했다. “나는 서울에 안 들어가면 그만이다. 나 못 잡아 간다”라고도 했다. 그렇게 시종 잡아떼던 신씨가 제 발로 귀국해 수사에 응한 것이다.

    검찰은 이날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도 자진출석 형식으로 소환했다. 변씨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도 포기한 채 서두른 기색이 역력하다. 검찰이 동국대가 신씨를 고소한 지 44일, 신씨와 변씨의 관계가 보도된 지 11일 만에야 신씨 오피스텔 압수수색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딴판이다. 변씨의 검찰 출두와 신씨 귀국 날짜가 일치한 것도 순전히 우연인가. 이러니 수사를 확대하기보다는 사법처리를 서두른다는 인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신씨와 관련해선 동국대 교수 임용과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기용 과정, 신씨가 몸담은 미술관과 학교에 대한 특혜 여부, 정부 기관 등의 미술품 구입 과정 등 의문투성이다. 그 뒤에 변씨 외에 다른 권력 배후는 없었는지, 어떤 기업들이 동원됐는지도 의혹이다. 신씨 자신이 인터뷰에서 “변씨 정도가 배후라면 수없이 많다”고 했다. 장윤 스님 측이 “변씨는 깃털”이라고 한 말도 있다.

    검찰은 이 모든 의혹을 다 밝히자는 것인가,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사건을 덮자는 것인가. 지금까지 검찰 태도는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변양균·신정아씨의 동시 출두도 검찰이 추석 전에 사건을 끝내고 남북정상회담과 여당 경선에 악영향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이 늦게나마 국민 신뢰를 회복할지, 특검이라는 화를 자초할지는 이제 곧 판가름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