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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진영이 모처럼 웃었다. 14일 ‘친(親)박근혜 성향’이 강한 대구지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대구시당위원장 합의추대를 이끌어내면서 박근혜 전 대표 진영에 손을 내밀면서 자연스럽게 ‘화해무드’가 형성됐다. 양 진영은 ‘혈투’를 벌였던 경선 이후에도 ‘앙금’이 남은 듯 당직 인선과 시도당위원장 선거 등을 두고 첨예한 대립을 펼쳐왔다.
이날 대구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지역 주요당직자 간담회에는 이례적으로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구시당위원장에 추대된 박종근 현 위원장 외에도 곽성문.주성영.이해봉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만 불참했다. 대구 지역 의원들에 한정돼 있긴 했지만 양 진영 의원이 오랜 만에 공식적인 자리에 함께 했다는 점에서 행사의 초점도 ‘화합’에 맞춰졌다.
간담회는 이 후보가 경선 과정에서의 노력을 치하하고 대선을 위해 같이 뛰자는 의미에서 대구 지역 의원 한명 한명에게 직접 꽃다발을 전달하며 악수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 후보는 특히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에게 꽃을 줄 땐 포옹까지 하며 친근감을 표현했다. 이에 박 전 대표 측은 정권교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그러나 친박 의원들은 이 후보만큼이나 박 전 대표의 역할을 강조해 ‘이명박 중심’으로 단합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함을 시사했다. 행사장내에는 경선 과정에서 “고생 많이 했다”며 친(親)이명박계 의원의 이름만 연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후보가 행사장에 입장한 뒤 참석한 당직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눌 때는 대구시당위원장인 박종근 의원이 아닌 안택수 의원이 안내를 하는 등 양 진영은 완전히 ‘섞이기에는’ 아직 껄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연단에 오른 양 진영 의원들의 발언에서도 미묘한 온도차가 느껴졌다.
박 위원장은 축사에서 “경선 과정에서 생겨난 후유증, 상처를 치료하는데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아픈 상처를 아물게 하고 당에 어떤 균열도 생겨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다시 한 번 똘똘 뭉쳐 하나로 가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당원으로서의 사명”이라고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모든 세력이 전국적으로 규합해 이번에는 압도적인 승리를 통해 (잃어버린 10년을) 바로잡자”며 “집토끼들인 당직자 당원들이 힘을 합쳐서 산토끼를 잡으러 나가자”고도 했다.
박 위원장은 그러나 “이 후보는 당 대표라든가 당직을 경험하지 않았다. 서울시장과 같은 중책은 당원으로서 다 했지만 당 생활은 오래 하지 않은 사람이다”며 “당직자 여러분이 연구하고 이해해서 (이 후보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이 후보의 당 기여도 부분을 거론했다. 박 전 대표는 2년 3개월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당 대표직을 역임하고 선거마다 완승을 일궈내 경선 기간 동안 ‘당 기여도’를 강조했었다.
박 위원장은 “이 후보는 검증을 거치느라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마지막에 승리라는 영광을 얻었다”고도 했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아름다운 승복이라는 영광을 우리에게 선사했다”며 “박 전 대표도 많은 생각을 할 것이고 행동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인 이해봉 의원은 건배사에서 “겸손하게 국민 앞에 다가서야 된다. 장사하는 사람한테는 고객이 왕이고 정치하는 사람한테는 국민이 왕이다”며 “그런 자세로 다가서면 반드시 시대적 운과 더불어 성공하리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에 대한 언급은 건배사 초반 “이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됐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린다”가 끝이었다.
반면 친이인 안택수 의원은 대구시당위원장 합의 추대를 원하는 이 후보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탄생, 이명박 대통령을 만드는 길밖에 없다”고 외쳤다. 그는 “경선하기 전 결국 칼로 물 베는 경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박 전 대표의 어떤 부분에 대해서도 인신공격을 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대구시당위원장 출마 포기 선언에 이 후보는 식사를 하다 말고 박 위원장의 손을 잡고 단상으로 올라가 둘의 악수를 유도했으며 참석자들을 향해 두 사람의 팔을 치켜 올리기도 했다.
4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운 행사장 벽면에 “대선필승! 대구압승! 90% 투표, 90% 득표 달성!”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어 눈길을 끌었다. [=대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