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시도당선거위원장 선거를 둘러싼 박근혜 전 대표 진영과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이 후보의 ‘화합행보’는 14일 ‘친(親)박근혜’ 성향이 강한 대구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후보는 이날 대구시당위원장에 경선 없이 친박인 박종근 현 시당위원장을 추대하는 것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대구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대구지역 주요당직자 간담회에서 “한 가지 부탁드리겠다”고 운을 뗀 뒤 “어느 기자가 대구시당위원장 뽑는데 박 캠프와 이 캠프가 붙어서 양보 없다고 하기에 때가 어느 때인데 박 캠프와 이 캠프가 싸우느냐고 했다”며“분명히 투표 없이 (대구시당위원장을) 추대하도록 부탁한다. 잘 생각해서 대구에서 투표하고 이런 일 없기를 진심으로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간담회 전에 녹화한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합의 추대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후보의 ‘합의 추대’ 입장에 이 후보 측 안택수 의원(대구 북을)이 즉각 대구시당위원장 출마의 뜻을 접고 박 위원장을 추대하겠다고 동의하면서 ‘이-박’ 진영의 지뢰가 하나 제거됐다. 이 후보는 안 의원이 출마 포기를 선언하자마자 박 위원장의 손을 잡고 무대 위로 올라서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누도록 유도한 뒤 참석자들을 향해 두 사람의 손을 치켜들며 만족을 나타냈다. 이날 행사에는 유승민 의원을 제외하고 대구에 지역구를 갖고 있는 박 전 대표 측 의원 대부분(박종근·이해봉·곽성문·주성영)이 참석했다.

    이 후보는 이날 400여명의 대구지역 주요 당직자들이 참석한 간담회 축사에서 그 무엇보다 ‘화합’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박 전 대표의 그 말(경선 승복) 한마디가 우리의 마음을 모두 하나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우리 국민들에게 많은 감동을 줬다”며 “진실한 마음으로 한나라당의 정권교체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굳은 마음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고 박 전 대표를 한껏 치켜세웠다.

    이 후보는 경기도 분당에서 열리는 당 사무처 당직자 워크숍 행사로 인해 불참한 강재섭 대표, 이한구 정책위의장, 박 전 대표, 유 의원을 빼고는 대구 지역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을 보며 “오늘 이 모습이 경전 전 모습이었다. 잠시 자리를 서로 달리 했다가 오늘 제자리로 모두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남남이 모여 하나 되는 것이 아니고 원래 하나였던 우리가 잠시 떨어졌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고 있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어릴 적 과수원을 하는 외가에 놀러갔다가 외할아버지가 땅에 떨어진 병든 사과를 자신에게만 주는 줄 알고 섭섭해 했는데 알고 보니 외가 식구 모두 땅에 떨어진 사과만 먹는 것을 알고는 오해를 풀었다’는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경선을 통해 어떤 유불리도 없을 것이다. 하나 된 한나라당에 ‘니편, 내편’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이 대통령 되면 반대했던 사람들이 안심해도 되느냐고 뒤에서 이야기하는 사람 있는데 그쪽(박 전 대표 캠프)에서 열심히 한 사람은 아마 12월 19일 대선에서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신뢰를 보냈다.

    그는 “여러분은 한나라당 박근혜 예비후보, 이명박 예비후보를 지지했던 것이지 열린우리당(현 대통합민주신당)을 지지한 것이 아니다. 남의 당 사람을 지지한 것이 아니다”며 “과거에는 서울시민들이 나를 높게 지지했지만 경선이 끝난 다음에는 대구 시민이 나를 가장 많이 지지해준다. 어제는 잊어버리자. 12월 19일을 위해 어제와 오늘을 털어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간담회를 마친 뒤 경기도 분당 새마을중앙연수원으로 이동해 당 사무처당직자 워크숍 참석, 축사를 하는 것으로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대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