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구 민심 끌어안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대구는 지난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가 이 후보에 두 배 이상 표차로 앞선 지역으로 친(親)박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었다. 박 전 대표의 지역구는 대구 달성군이다.

    이 후보는 14일 두 번째 민생탐방 지역으로 대구를 방문해 박 전 대표에게 쏠려 있던 대구 민심을 다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또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가진 친(親)이명박계 의원들이 이 후보의 대구행에 앞서 사전 방문을 통해 경선 이후 여론 동향을 훑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오전 대구 서구 한국섬유개발연구원에서 이 지역 중소기업인 50여명과 ‘타운미팅’ 형식의 토론회를 가졌다. 그러나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이 자리에서 난데없이 대구민심과 이 후보와의 거리를 나타낸 듯한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자동차부품업을 하고 있다는 한 기업인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이 후보가 여기 못 올줄 알았는데 뵙게 돼 반갑다”며 “청계천 8가 상인들이 ‘이명박 시장’을 그냥 안둔다고, 잡아 죽인다고 했는데 오늘은 (기업인들이) 얼마나 칭찬을 하는지 참으로 반갑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당내 ‘이명박-박근혜’ 진영 갈등을 염두에 둔 듯 “한나라당이 화합하는 정치를 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박 전 대표 지지 성향이 강했던 대구 민심을 대변한 것 아니냐는 말들이 나왔다.

    이 후보측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이 후보보다 박 전 대표를 더 많이 지지했던 대구 분위기를 감안한 발언 아니겠느냐”며 “이제 후보가 한명으로 정해졌으니 다 같이 가는 거다. 이 후보가 천천히 다 끌어안고 가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를 지지했던 대구민심이 경선 이후 한꺼번에 이 후보 쪽으로 쏠린 것은 아니었다. 이날 대구 동성로에서 만난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아직 이 후보에 대한 확신을 보이지 못했다. 건어물 노점상을 하는 40대 초반의 한 남성은 “박 전 대표를 지지했었다”며 “저쪽(범여권) 후보가 별 볼일 없어서 결국 한나라당 후보가 되지 않겠느냐”면서도 이 후보 지지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다. 좀 더 두고 보겠다”며 확답을 내놓지 않았다.

    박 전 대표를 지지했다는 또 다른 상인 최모씨(56)는 “지금 돌아가는 걸 보니까 박 전 대표가 나와서 당을 만들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나는 박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식지 않은 애정을 나타냈다. 손모씨(50)도 “박 전 대표가 진실해 보여 좋았는데 떨어졌으니 이 후보를 찍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박 전 대표가 당을 나온다면 박 전 대표를 지지하겠다”고 했다. 현행법상 경선에 패배한 후보가 이에 불복, 다른 방식으로 출마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비록 일부일지라도 대구시민들의 이같은 반응은 이 후보가 풀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이 후보도 중소기업인과의 타운미팅에서 대구민심 끌어안기에 주력했다. 그는 “나도 경북 포항이 고향이고 우리 어머니 고향은 반야월, 우리 와이프도 수창 초등학교 동창 아니냐”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또 발언 도중 친박 의원이었던 박종근 대구시당위원장을 치켜세워주며 “박 위원장, 잘 왔다” “박 위원장은 국회 예결위원회 위원장이다. (대구 중소기업 정책 관련 예산이) 안되면 박 위원장이 안되는 것으로 알아라” 등 농담을 건넸다.[=대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