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10일 “낡은 것은 쓸어내고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며 “낮은 자세로 돌아가서 국민에게 철저히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환경미화원으로 일했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40여년 만에 다시 빗자루를 들고섰다.

    대선 100일전인 이날 이 후보와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당 주요당직자들은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이태원 거리를 청소하며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이 후보는 청소를 시작하기 전 이같이 말하면서 “국민을 받드는 자세로 돌아가겠다.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후보는 ‘환경미화원’과 인연이 각별하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해 고려대 상과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을 계기로 서울시장 재임 시절에는 퇴임때까지 월급 전액을 환경미화원 자녀 장학금을 기부했다. 


    이 후보와 당직자 200여명은 오전 6시 이태원 크라운호텔 앞에서 ‘환경미화원에서 대통령으로!’를 외친 뒤 이태원역까지 청소를 시작했다. 환경미화원 경력을 갖고 있는 이 후보는 다른 당직자들보다 쓰레기를 ‘처리’하는 손길이 능숙해보였다. ‘경제 확실히 살리겠습니다’라고 적힌 당 유니폼 위에 주황색 조끼를 입고 양손에 목장갑을 낀 이 후보는 직접 리어카를 끌기도 했으며 지역민들이 내놓은 쓰레기봉투를 리어카에 담은 뒤 거리에 남아 있는 잔해물을 깨끗이 쓸어 담는 등 뒷처리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였다. 강 대표와 다른 당직자들은 환경미화원들의 초록색 유니폼과 주황색 조끼를 입었으며 이 후보 주변에 모여 있는 대부분의 당직자들과 달리 강 대표는 뒤에 따로 떨어져 뒷정리를 했다. 

    이 후보는 수거한 쓰레기봉투로 리어카가 어느 정도 채워지면 직접 쓰레기차에 올라타 쓰레기를 옮겨 담는 작업도 했다. 차 뒷부분에 매여 있는 줄을 잡고 능숙하게 차에 올라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지켜보던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옛날에 하던 가락이 나온다” “많이 오르고 내려 본 솜씨다” 등의 말들이 나왔다. 이 후보는 주변사람들이 잠시라도 손을 놓을라싶으면 “쓰레기봉투 가져와서 이거 담아라” “여기 쓰레기 주워라”며 일일이 지시하기도 했다. 청소를 하는 이 후보에게 “이태원이 너무 낙후돼 있다. 대통령이 되거든 신경 써 달라”며 즉석에서 민원을 말하는 주민도 있었다.

    환경미화원들이 미리 물청소까지 한 상태여서 정작 이 후보와 당직자들은 쓰레기 수거 작업만 하면 됐기에 이날 청소는 예상했던 시간의 절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또한 쓰레기봉투만 리어카와 쓰레기수거차에 옮기면 돼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빗자루만 들고 다니는 사람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청소를 마친 이 후보는 주민들이 준비한 차를 환경미화원들과 나눠 마시며 “옛날 생각이 난다. 그때는 이렇게(청소를) 해서라도 살 수 있는 길이 있어서 고마웠다. 당시 청소 월급으로도 안돼 시장 사람들이 십시일반 도와줬다. 그래서 지금도 시장 사람들 장사가 안된다고 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당직자들은 이태원역 근처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한 뒤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