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정하고 박수치면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신임 원내대표가 ‘밀어붙이기식’ 인사스타일로 취임 이후 첫 주재 회의에서 빈축을 샀다. 안 원내대표가 취임 이후 첫 주재한 원내대책회의가 열린 국회 본청 245호실, 회의 말미에 잠시 소란이 일었다. 대선을 앞둔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노무현 정권의 실정을 최대한 부각시키고자 안 원내대표가 당내 구성한 ‘권력형비리조사위원회’의 위원장 임명 때문이다.

    안 원내대표는 “이 정권의 권력형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전체적인 권력형 비리, 부패를 조사해나가겠다”며 권력형비리조사위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는 권력형비리조사위 산하에 ‘정윤재 관련 게이트 진상조사단’과 ‘신정아 관련 게이트 진상조사단’도 구성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발생했다. 안 원내대표는 “권력형비리조사위원장은 그야말로 이 정권의 권력형 비리를 총체적으로 조사하는 책임을 맡는다. 위원 구성도 위원장에게 일임하겠다”며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의원이 와 있으니 이 분에게 부탁드려도 되겠느냐”고 말했다. 동의를 구하는 듯했던 안 원내대표는 곧장 “이론 없이 결정하는 대로 따라 달라. 모든 인사 선임권을 홍 의원에게 위임하는 것을 조건으로 해서 (위원장을 홍 의원이 맡는 것에) 동의하느냐”며 박수를 유도, 홍 의원을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그러나 사전에 아무런 ‘언질’도 받지 못했던 홍 의원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홍 의원은 “내가 정치판에 들어온 지 12년이 됐는데 지난 8년 동안 대여공격수로서 거의 그 일만 해왔다”며 “당에서 하라면 해야겠지만 이제 그것 좀 졸업했으면 한다. 내가 저격수만 만 8년을 했다”고 고사의 뜻을 전했다. 그동안 ‘저격수’ 이미지를 벗기 위해 노력해 온 홍 의원으로서는 대여 공격의 선봉에 서야 하는 직책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안 원내대표는 회의가 시작되기 전 홍 의원이 회의장에 모습을 나타내자 “홍 위원장(환경노동위원회) 잘 왔어. 오늘 맛 좀 봐야 돼”라며 ‘반갑게’ 인사해 홍 의원이 어리둥절해 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박계동 의원이 하는 ‘공작정치범국민투쟁위원회’에 융합시키고 나는 위원으로 참여하면 어떻겠느냐”고도 했다. 그러나 안 원내대표는 “이미 결정되고 박수까지 받았는데 두 번 얘기하지 말라. 국민들이 정권교체를 희망하고 이것(정권교체)을 하지 않으면 배신이다”며 “정권교체의 사명감으로 하라는 것이지 누가 저격수 노릇을 하라고 했느냐”고 일축했다. 

    '친박' 엄호성 김재원 '게이트 진상조사단장직' 고사

    권력형비리조사위 산하 2개의 ‘게이트 진상조사단’ 단장 임명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 의혹’과 신정아 전 동국대교수의 ‘가짜 학위 파문’을 조사할 진상조사단장에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를 임명하려 했으나 이들이 고사하면서 무산된 것이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엄 의원은 박 전 대표 캠프 조직총괄본부 부본부장을, 김 의원은 대변인을 맡았던 만큼 조사단장직 고사를 두고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정윤재 관련 게이트 진상조사단’과 관련, 안 원내대표는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으니 엄호성 의원(부산 사하갑)을 단장으로 모시고자 한다. 결정하고 박수치면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고 ‘밀어붙이려’ 했으나 엄 의원은 끝내 거절했다. 이에 안 원내대표는 “우리는 엄 의원이 해줬으면 좋겠는데… 인선은 홍 의원이 알아서 해달라”고 했다. 또 ‘신정아 관련 게이트 진상조사단’ 단장에는 김재원 의원을 내정하려 했으나 이날 김 의원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홍 의원에게 위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