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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말아 달라”
김대중 “내가 알아서 잘 판단해서 하겠다”
29일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 사이에 오간 말이다. 범여권의 대통합을 강조하며 ‘훈수정치’ 논란을 빚은 김 전 대통령과 정권교체를 주창하고 있는 이 후보는 서로를 웃는 낯으로 대했지만 말 속에는 날이 서 있었다.
김 전 대통령과 이 후보는 면담 초반엔 당선 축하 인사를 나누며 한나라당 경선, 건강 등에 대해 의례적인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 면담이 비공개로 들어가면서 불편한 관계가 표출, 신경전이 펼쳐졌다. 이 후보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해 “각하”라는 호칭을 쓰며 깍듯이 대하는 듯 하면서도 대선과정에서의 중립을 당부하며 ‘훈수 정치’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도 “내가 알아서 한다”는 말로 일축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면담에 배석한 나경원 대변인이 전한 김 전 대통령과 이 후보의 대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으며 주고받는 말 한마디 한마디마다 뼈가 있었다. 이날 면담은 40여분 동안 진행됐다.
#장면1. 올해 대선은 과거 어느 때보다 모범적으로 치러야 된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김 전 대통령과 이 후보.
이명박 “각하께서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했으니 그럼 점에 있어서 한나라당도 도와 달라”
김대중 “한나라당이 너무 세서 도와줄 필요가 있겠느냐”
#장면2.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한 여론조사가 화두에 오른 순간, 김 전 대통령과 이 후보는 범여권이 강세를 보이는 호남을 두고 ‘지역감정’ 운운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명박 “호남 지역을 참 자주 간다. 호남도 많이 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김대중 “(호남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높다고 신문에 났던데…”
이명박 “아직 여권 후보가 결정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2002년과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정치가 한 단계 성숙돼서 너무 각이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국민에 대한 서비스 경쟁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선거는 지역감정이 없어지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
김대중 “이미 호남은 영남 사람인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이명박 “그건 김 전 대통령 때문에 그런 것 아니었느냐”
#장면3. 예정된 면담 시간이 끝나가는 순간. 김 전 대통령과 이 후보는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가시 돋친 대화를 나눴다.
이명박 “2007년 한나라당 경선은 매우 모범적이었고 역사에 없는 일이었다. 이번 본선도 모범적으로 치르고 싶다. 그동안 각하께서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하신 만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아 달라. 우리도 전직 대통령 모두 잘 모시려고 이렇게 찾아왔다. 나는 다른 욕심은 없고 오로지 나라를 위해 일을 하겠다”
김대중 “내가 알아서 잘 판단해서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