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29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를 만나 정치 현안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버시바우 대사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문제는 물론 이 전 시장의 대표 공약과 범여권과의 차별성에 대해 자세히 물으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 후보는 전날 오시마 쇼타로 주한 일본대사와 면담을 시작으로 주요 나라 주한 대사들과 차례로 만나며 외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와 버시바우 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한 시간 가량 면담하면서 한미 외교 문제 뿐 아니라 민감한 정치현안에 대해서도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 이 후보는 버시바우 대사에서 미국 대선 상황에 대해 간단히 질문한 뒤 단도직입적으로 “한국은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으냐”고 물었다. 얼굴에 미소를 띠며 ‘농담반 진담반’의 뉘앙스였지만 특유의 저돌적인 성격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에 버시바우 대사는 “거기에 대한 답변은 이 자리에서 거절하겠다”며 “훌륭한 외교관으로서 한국 대선을 예의주시하겠다. 진보진영에서도 경선이 이뤄지니까 깊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정도로만 말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내가 알려주겠다. 한나라당이 이긴다”고 자신했으며 버시바우 대사가 “알겠다. 국무부에 보고하겠다”고 받아치면서 한바탕 웃었다.

    이 후보와 버시바우 대사는 비공개로 이어진 면담에서 정치현안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버시바우 대사는 한나라당 ‘이명박호’의 당면과제인 박근혜 전 대표 측과의 화합 문제를 풀 방안을 물었고 이 후보는 “진 쪽에 충격이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 상대당 후보를 뽑고 있어서 그런 과정에 시간이 걸리기에 우리가 서로 다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고 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10월로 연기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대선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남북정상회담이 우리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뜻도 포함돼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우려하며 “결국 선거에 있어서 여권은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전쟁하려는 세력으로 구분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 후보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가장 근본적으로 남북포용관계나 범여권과의 차이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구상은 없느냐” “한나라당이 방북단에 대표를 보내지 않기로 한 것을 확정했느냐”는 구체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그는 질문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2.13합의의 미덕은 경제적 지원을 핵폐기 단계 단계 마다 연계해 나가는 것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핵문제를 연결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정부도 이런 점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또 이 후보의 대표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와 ‘대한민국 747’ 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그는 “이 후보의 공약 중 747 공약 같은 것은 미국 의원들이 귀에 확 들어온다고 좋아하는데 다른 공약도 준비하는 것이 있느냐”며 “대운하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엇갈리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버시바우 대사의 구체적인 질문에 이 후보도 자신의 대표 공약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 후보는 특히 대운하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적극 반박하며 “완성되면 한반도에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거기간 동안 반대가 많을 것 같지만 열심히 알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