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29일 국가원로급 정치지도자들을 차례로 예방하면서 본격적인 대외 행보의 시작을 알렸다. 당초 이회창 전 총재부터 만나 당내 기반을 확고히 한 뒤 당외 인사들을 만나려 했던 이 후보는 이 전 총재의 개인 사정으로 면담이 불발돼 첫 출발부터 순탄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 전 총재와의 만남이 연기되면서 이 후보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됐다. 이날 오전 서울 연희동 전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한 이 후보는 정치현안 등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전 전 대통령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화합’을 당부했으며 경제 문제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은 “제일 중요한 것은 한편끼리 싸우면 안된다는 것이다. 싸우고 난 뒤에 페어플레이 해야 한다”며 “같은 집안끼리 싸우면 모르는, 들춰지지 않은 것들도 들춰진다”고 말했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의 검증을) 잘 활용하면 (본선의) 강한 대비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박 전 대표 쪽 사람들과 잘 화합하라. 껴 안아라. 미운 사람 떡 하나 더 준다고 하지 않느냐”며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도 루아얄 쪽 사람들을 많이 쓴다고 하더라. 이 후보도 잘 할 것이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경제 살리기하고 사회 통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우니까 보따리를 싸들고 중국 인도 등으로 기업이 나간다. 앞으로 나라가 텅빈 꼴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 후보도 경제계에 몸담고 있었기에 잘 알지 않느냐. (해외로) 나가서 실패도 많이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 후보는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운영하기에) 여건이 원체 나쁘니까 나간다”며 “전 전 대통령도 국정을 해봐서 알겠지만 10년 동안 경제인들이 어려워하고 힘들어했다”고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면담할 예정이며 30일에는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JP)를 예방한다. 정권교체를 내세우는 이 후보와 범여권 대통합을 주문하고 있는 DJ의 이날 만남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전날까지 DJ에게 “더 이상 국정파탄세력의 선대본부장, 대변인을 자처하며 대선에 개입하는 행보를 중단해라”고 날을 세웠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 21일 김수한 전 국회의장과 함께 면담했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건강 문제로 만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