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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결단의 싸움을 벌이던 한나라당 이명박-박근혜 경선 캠프 소속 초선 의원들이 경선이 끝난 지 일주일 만에 ‘화합’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27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이날 회동에 참석한 양 진영 초선 의원들은 소주잔을 부딪치며 정권교체를 위한 단합을 외쳤지만 서로 주고받는 농담에는 가시가 돋쳐 있었다.
이날 회동에는 박근혜 전 대표 측에서 최경환 유승민 이혜훈 곽성문 유정복 의원이, 이명박 대선 후보 측에서는 주호영 정두언 진수희 박형준 의원이 참석했다. 박 전 대표 측에서는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김재원 의원이 불참하는 대신 곽 의원이 참석했으며 이 후보 측은 정종복 의원이 개인 사정으로 빠지면서 4명만 자리를 함께 했다.
오전 11시 54분에 강 대표가 박재완 대표 비서실장과 함께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으며 4분 후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이 후보 측 의원들은 2~3분 간격을 두고 약속 시각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당초 일부 의원들이 회동 자체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면서 무산되는 듯 했으나 강재섭 대표가 강력히 밀어붙여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서 박 전 대표 측 의원들은 이재오 최고위원의 ‘박근혜측 사과’ 발언 등 이 후보 측의 ‘당 접수’ 논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곽 의원은 “패자는 말이 없고 이긴 쪽에서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며 “반성문을 쓰라고 하면 쓰고 대구시당위원장도 내놓으라고 하면 내놓겠다. 그러나 마치 전리품 챙기듯이 해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고 강성만 부대변인이 전했다. 곽 의원은 또 “우리는 방법이 없다. 조용히 지낼 것이다”면서도 박 전 대표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대구 민심을 전하며 이 후보 측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대구의 마음을 헤아려 줘야 한다. 요즘 대구 사람들은 ‘차라리 조순형을 찍겠다’ ‘차라리 손학규를 찍겠다’고 한다”며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잡아 달라”고 말했다.
경선 과정에서 전면에 나서 설전을 주고받았던 양 캠프 대표선수 ‘이혜훈 vs 진수희’ ‘유승민 vs 정두언’ ‘유승민 vs 박형준’ ‘유정복 vs 주호영’은 서로 폭탄주를 나눠 마시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지만 서로 웃으면서 주고받는 말 속에는 뼈가 있었다.
#장면1
유승민 : (12시 2분 쯤 도착한 정두언 의원을 바라보며) 표정 관리 좀 하고 다녀. 이기고 나니까 이발할 시간도 있나 보네.
#장면2
강재섭 : 여기는 중립한 사람은 앉을 자격도 없다. (테이블에 놓인 카메라용 마이크를 바라보며) 할 말이 별로 없다. 이심전심 아니겠느냐.
유승민 : 이심전심이 이명박과 전여옥을 말하는 것 아니냐.
강재섭 : 옛날에는 ‘이순자가 심심하면 전두환도 심심하다’고 했는데 요즘은 ‘이명박이 심심하면 전여옥도 심심하다’고 하더라.
#장면3
유승민 : (12시 7분 쯤 이재오 최고위원과의 주말 등산으로 다리를 다친 진수희 의원이 오른쪽 발목에 깁스를 한 채 도착하자 인사를 나누며) 발길질을 너무 많이 하더니 말이야. 등산 좋아하는 이 최고위원 너무 따라다니지 마라.
진수희 : 유승민 의원은 왜 나한테만 집중적으로 그러느냐.
#장면4
곽성문 : (건배 제의하며) 강 대표가 양쪽에 끼어 마음 고생이 심했다. 그런데 얼굴은 별로 축난 것 같지 않다.
#장면5
박재완 : ‘도대체 어떻게 선발했느냐, 나는 왜 불러주지 않느냐’면서 오늘 모임을 질투하는 사람도 있더라.
이혜훈 : 살생부 5인방을 기준으로 한 것 아니냐.
#장면6
강재섭 : 젊은 피가 중요하다. 툭툭 털어버리자. 그게 박 전 대표 뜻을 받드는 것 아니겠느냐
이혜훈 : 진 사람은 털어버릴 것도 없다.
#장면7
강재섭 : 민주주의가 좋긴 좋다. 옛날 같으면 진 쪽은 한강 모래사장에 꿇어앉고 망나니가 큰 칼을 휘둘렀을 것이다.
최경환 : 누가 망나니 역할 하느냐. 정두언 의원이 하나. 오늘부터 해봐라.
“각자 할 얘기가 많을 것이다. 억장 무너지는 얘기도 하나로 뭉쳐 정권 창출하기 위해 그런 것이니까 (이해하자), 마음 속 회한, 찌꺼기 모두 소독(消毒)하자”는 강 대표의 말에 의원들은 ‘소독, 으라차’를 외치며 다 함께 잔을 부딪친 뒤 ‘원샷’을 했지만 별로 '소독된 표정'은 아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