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경선 캠프 해단식은 아이러니하게도 대선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후 일주일 만에 다시 모인 ‘박근혜 사람들’에게서 패자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날 해단식이 열리는 서울 부림동 하림각은 행사시작 한 시간 전부터 모여든 인파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흰 재킷에 진회색 바지 정장 차림의 박 전 대표가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박근혜”를 연호하는 목소리와 함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간간이 “박근혜 대통령”을 외치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당초 캠프 관계자 80여명 가량만 모여 조촐한 해단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이 소식을 전해들은 지지자들이 몰리면서 2000명이 넘게 모인 대규모 행사가 됐다.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메인 행사장인 2층은 물론 1층 방들까지 사람들로 꽉 찼다. 캠프 관계자들도 모여든 인파에 혀를 내둘렀으며 경선 당시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후보를 누르며 보여준 박 전 대표의 ‘저력’이 이날 행사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는 말도 나왔다.  

    이날 해단식에는 해외에 나간 김무성, 서상기 의원 등을 제외하곤 김태환 이인기 황진하 박종근 김학원 허태열 유정복 이규택 이경재 송영선 진영 한선교 김성조 김재원 주성영 박세환 정희수 유기준 유승민 심재엽 김용갑 안명옥 이혜훈 김학송 안홍준 이해봉 문희 곽성문 이계진 이진구 의원 등 캠프 소속 의원 3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장에 모인 사람들은 ‘패자의 절망’보다는 ‘5년 후의 희망’을 이야기했다. 안병훈 공동선대위원장은 “당원이나 대의원, 국민선거인 투표에서는 이기고 여론조사에서는 져 패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 분하고 원통해서 밤잠을 못자면서 일주일을 보냈다”며 경선 결과에 안타까움을 표현한 뒤 “내가 한 가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내가 선택한 일, 박근혜를 통해서 정권교체를 하려 했던 내 선택이 지금도 옳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대위원장으로서 앞에 계신 박 전 대표에게 죄스럽고 모든 지지자들에게 죄송하다. 역사에 죄를 졌다. 모든 질책을 피하지 않고 받으려고 한다”면서도 “이번에 우리들이 뜻은 이루지 못했지만 박 전 대표가 이루려는 큰 뜻을 계속 이어가자. 진전된 앞날을 위해 열심히 정성을 모아 함께 해 나가 주길 바란다”고 지지자들의 결속을 당부했다.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은 “오늘 이 시간부터 우리는 강철 같은 의지의 상징으로, 빛나는 희망으로 박근혜라는 이름을 간직하고 존경하자”며 “정말 자랑스럽고 두고두고 이웃에게, 우리 아이들에게 이야기하자”고 박 전 대표를 치켜세웠다. 그는 “꿈은 이루어질 것”이라는 ‘묘한 여운’을 남기며 단상에서 내려왔다.

    캠프 상임고문이었던 서청원 전 대표도 “나의 선택은 영원히 옳았다. 앞으로 5년 후까지 여러분은 박근혜와 함께 가겠느냐”며 “대한민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위대한 신화를 봤다는 정신 갖고 계속 하나 돼서 똘똘 뭉쳐 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술이 아닌 차로 건배사를 제의한 한 참석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 나라를 훌륭하게 만들어 달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5년 후에 함께 만나자”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이날 식비를 마련하기 위해 참석자들에게 1만원씩 갹출하는 모금함이 눈에 띄었으며 2000여명이 자장면을 나눠먹는 것으로 해단식은 끝났다. 경선 패배의 '울분'을 삭히지 못한 일부 지지자들은 28일 국회 앞에서 '경선 무효' 항의 시위를 갖겠다며 참여를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