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1일 한나라당 대선후보로서의 첫 발걸음을 종교계로 돌리며 공식행보를 시작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기독교, 천주교, 불교계를 두루 방문해 당선인사를 하고 앞으로의 대선 행보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 전 시장을 만난 종교계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축하인사와 함께 “잘 참았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경선 과정에서의 혹독한 검증공세를 염두에 둔 말이다. 이에 이 전 시장은 “당 단합을 위해 참았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특히 ‘화합’을 강조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역할을 기대했으며 종교계 지도자들은 박 전 대표의 ‘깨끗한 승복’을 높이 평가했다.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인 이용규 목사를 만난 이 전 시장은 “본선이 경선만큼 어려울 것이다. 여러 가지 검증에도 불구하고 경선과정에서 국민 지지율이 동일했다”며 “국민들이 바라는 바를 꼭 실천하겠다. 국민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당선을 축하한다. 앞으로 하나님이 은총으로 좋은 결과, 대선 승리를 줄 것으로 믿는다”며 “위대한 승리를 이뤄 민족에게 희망을 주는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적극적인 행동으로 (단합을) 보여줄 것으로 믿는다”며 “박 전 대표가 어제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이어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를 방문한 이 전 시장을 간단히 예불을 드린 후 주지인 지관스님을 만나 환담을 나눴다. 그는 “(이번 경선은) 세계 역사상 가장 길고 격렬했다. 1년인데 검증이 6개월이었다”며 “참는다는 게 참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검증을 받아보니 주장하는 사람이 아닌 검증 받는 사람이 오히려 입증해야 해 어렵더라”고도 했다.
그는 “참고 화합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박 전 대표도 (경선이) 끝나고 훌륭한 모습을 보였다. 좋은 마음을 갖고 있어 돋보였다”고 칭찬하자 지관 스님은 “아까 박 전 대표에게 위로 전화를 했다. 같이 힘을 합쳐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지관 스님은 이어 “바탕이 단단하고 노력해야 한다. 중단하면 안된다. 바탕이 삐딱하면 안된다”며 “더 참아야 한다. 불교에서 여섯 가지 덕목 중 마지막이 참는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와 단합하라는 김수한 추기경의 당부에 “실질적으로 협력하지 않으면 국민에 대한 배신이 되기에 잘 될 것”이라며 “박 전 대표도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 했고 나도 화합하기 위해 그동안 상대방에게 가슴 아픈 일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혜화동 가톨릭대 교정에 있는 추기경 집무실에서 김 추기경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잘 참았다”는 김 추기경 말에 “참는 것이 경선이 끝난 후 도움 된다고 생각했다. 참는 것이 본선에 들어가면 화합하는 데 도움 된다고 생각해서 끝까지 참았다”고 경선 기간 동안의 심적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김 추기경은 “앞으로도 험한 일이 생길 텐데 잘 참아라. 독실한 신자니까 기도하면서 잘 할 것이다”고 덕담했고 이 전 시장은 “그런 힘으로 참는 것이다. 못 참는다, 인간적으로…”라고 말했다. 김 추기경은 전날 경선에 대해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전 시장은 남북정상회담과 관련, “대통령 선거에 어떻게 활용할지… 노무현 대통령이 의제를 불분명히 하고 있고 (남북정상회담에서) 여러 사항을 합의하고 오면 차기 대통령이 이행해야 하니 걱정된다”며 “핵이 있는 상태에서 협상해 버리면 핵을 인정하는 꼴 되는 것 아닌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신뢰의 문제인데 통일부 장관이 NLL이 안보개념이라고 하는 발언을 보면 신뢰가 가지 않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이용해 대선을 ‘평화 대 전쟁불사당’으로 볼까봐 걱정이다. 한나라당이 오히려 ‘전쟁 억제당’ 아니냐”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