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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1일 “경선이 길고 격렬했기에 경선이 끝나면서 모든 게 끝났다는 착각을 할 수 있다”며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당 대선후보로서의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예정에 없던 최고위원회를 소집한 당 지도부는 회의 시작 시각 5분 전에 모두 모여 이 전 시장을 기다렸다. ‘단골 지각생’이던 이재오 최고위원도 이날만큼은 회의장에 일찍 모습을 드러냈다. 강재섭 대표는 “당헌에 보면 후보가 앉아야 한다”며 자신의 자리였던 회의 중앙석을 이 전 시장에게 내주며 ‘한나라당 대선후보’에게 예우를 갖췄다. 이날부터 당 조직은 이 전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곧바로 당 공식회의에 참석한 이 전 시장은 ‘단합’을 강조하면서도 경선 기간 내내 제기됐던 자신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과 관련해 “더 나올 것이 없다. 나온 모든 의혹에 대해 한 점 의심없이 모두 밝힐 수 있다”고 일축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발언 시간의 절반 가량을 의혹 해소에 할애하는 모습을 보였다. 막판 ‘불안한 후보 이명박’이란 검증공세가 경선 선거인단 투표에서 박근혜 전 대표에게 뒤진 원인이라는 지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은 “경선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의혹이 나왔다. 본선에서는 더 큰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더 나올 게 없다고 생각한다”며 “여권이 김대업식으로 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명확하다.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고 ‘의혹 많은 후보’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켰다.
그는 이어 “당원이나 당직자들도 ‘혹시 이런 점은 문제 있지 않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을지 몰라 분명하게 말한다”며 2002년 대선 상황을 거론 했다. 그는 “이회창 후보가 2002년 선거할 때 김대업이 계속 방송에 나오고 하니까 나도 아들이 둘이나 있으니 하나쯤 문제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더라”며 “제3자에게 이야기할 때 자신 있게 열을 내고 얼굴을 붉히면서 ‘그렇지 않다, 있을 수 없다’고 하지 못하고 ‘들어보니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 이런 식의 대화를 했던 것이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와 관련된 의혹들은) 30, 40년 전 직장인 민간인으로 있을 때 일들이 나와 있지만 공직 생활 하면서 나온 것은 한건도 없다”며 “한 점의 의혹을 갖고 ‘혹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에서 여권이 어떤 김대업식 수법을 쓰더라도 나는 진실이 이긴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며 “당에서도 확신과 신념을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승리는) 한나라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승리라고 생각하기에 이번 선거에서 후보로서 처신 잘하겠다. 당과 서로 힘을 합쳐 잘 해나가겠다”며 “부족하지만 국민과 당원이 나를 후보로 만들어줬다.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고 반드시 정권교체 해 국민이 바라는 경제를 살리고 사회를 통합하는 시대정신을 이루겠다”고 했다. 그는 “정치인으로서 경력이 없기 때문에 정당에 대한 움직임을 잘 아는 바 없다”며 “앞으로 당에 선거대책위원회도 발족되겠지만 그런 과정에서 당이 중심이 돼 잘해나가면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당 지도부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또 “경선 과정에서 참 섭섭하고 ‘이 사람들이 이럴 수 있나’, 경선 끝나도 못 잊겠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경선)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눈 녹듯 녹더라”며 “경선에 끝까지 함께 했던 박근혜 홍준표 원희룡 후보 모두 선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사람들에게 더 애정이 간다. 경선 이기기 위해 최선 다한 것 밖에 뭐 있겠느냐는 생각을 갖기에 경선이 끝난 시점에서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하나 되는 데 부족할 것 없다. 내 자신도 하나 되는 데 일점의 편견도 없다”고 ‘화합’을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