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는 19일 오후 5시경 전국평균 63.7% 투표율이 발표되자 승리를 확신하면서 승패여부보다 상대후보인 박근혜 전 대표와의 격차가 얼마나 벌어질지에 관심을 보이는 여유를 보였다.

    이 전 시장 캠프는 19일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경선일을 보냈다. 이 전 시장 캠프소속 의원들 상당수는 각 지역으로 가서 투표현황을 체크했으며, 진수희 대변인과 장광근 대변인만 사무실을 지켰다.

    투표가 마감될 즈음 지역구인 경남 남해·하동을 다녀온 박희태 선대위원장은 만담에 가까운 특유의 농담을 나누며 오랜 경선과정에서의 피로를 달래려 노력했다. 또 평상심을 유지하며 경선 후 당의 단합을 강조, 당 중진 의원으로서의 면모도 내비쳤다.

    박 위원장은 캠프 관계자에게 "호남에서 투표율이 낮아 잘 안된다면서"라고 짐짓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다가도 "근데 서울에서 역사상 유례없이 높은 투표율은 어떻게 봐요"라고 묻기도 했다. 캠프 관계자가 "서울시민의 경제살리기를 위한 강렬한 열망이 나타난 것이 아니겠나 생각한다"고 답하자, 박 위원장은 "대답 잘하네"라며 응수했다.

    박 위원장은 또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이야기를 하면 기분은 좋을지 모르지만, 서로 기분만 나쁘게 하는 게 아니겠나"며 답을 피한 뒤, "이제 캠프란게 없어지지 않나. 당이 선거 캠프가 된다. 당에 가서도 잘 봐달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기자실에 걸린 '경제! 확실히 살리겠습니다'라는 이 전 시장의 캐치프레이즈를 쳐다보며 경선과정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마지막 당부를 해달라는 요청에 박 위원장은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함 관리와 특히 운송과정에서 완벽한 처리를 해주기 바란다"면서 "오래된 옛날 얘기지만 운송과정에서 사고난 경우도 있다. 시대가 달라졌지만 특별한 경비와 주의를 요망한다"고 짧게 답했다. 뒤이어 도착한 박형준 대변인은 "경상도 말로 욕봤다"며 캠프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 전 시장측은 70%를 상회한 높은 투표율이 유리할 것으로 분석했다. 장광근 대변인은 "예상밖의 높은 투표율은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강한 대의원과 당원의 참여가 높았음을 의미하며 여론조사 반영비율 및 특히 수도권의 높은 투표율을 감안한다면 두 자릿수에 근접하는 승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긴 터널을 벗어난 느낌"이라며 격렬했던 경선과정을 소회했다. 장 대변인은 "그동안 경선과정에서 보여줬던 감정의 찌꺼기들은 이제 남김없이 걸러버리고 겸허히 경선결과를 기다릴 때"라며 "박 전 대표측이나 홍준표 원희룡 의원 측에도 그 동안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고 마무리했다.

    이 전 시장은 오전 일찌감치 종로구청에서 투표를 마친 뒤 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 이재오 최고위원과 함께 캠프 사무실에 출근해 경선 기간 도와준 인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하고 점심은 도시락으로 때우며 전당대회 이후 계획을 구상했다. 오후엔 좀처럼 모습을 나타내지않는 이 전 시장의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이 잠시 캠프에 들러 "그동안 수고했다. 고맙다"며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 전 시장은 투표가 마감된 이후인 오후 8시 30분경 이재오 최고위원과 함께 환한 표정으로 사무실로 내려와 캠프 관계자들에게 "수고했다"며 인사를 나눴다. 이 전 시장은 말을 자제했으며, 이 최고위원이 "기분은 내일 얘기하자"며 대신 기자들의 질문을 가로막았다. 지지자들과 캠프 관계자들은 이 전 시장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냈으며, 섣불리 '축하'를 전하는 지지자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는 없었다. 부산, 인천, 울산 등지에서 휴대폰 카메라로 투표용지를 촬영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박 전 대표측의 공세가 이어지자 이 전 시장 캠프는 '조작극'이라는 반박성명을 준비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