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도 채 남지않은 경선 막바지,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각각 '대세 확인'과 '막판 역전'을 주장하며 13일 수도권 승부처인 경기에서 맞붙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무대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나뉘어 앉은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지지자들의 연호는 "이겼다(이명박)"와 "바뀌네(박근혜)"로 외치는 듯 했다. 경기지역은 전체 선거인단 중 20%를 넘어서는 요충지로 양측은 이날 유세에 총력을 기울이며 기싸움을 벌였다.

    경기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이 전 시장은 "본선 승리를 위해 이 사람에게 몰아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각종 여론조사에서 유력 경쟁후보인 박 전 대표와 10%P 내외 격차를 보인 것도 '대세몰이'를 확신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 이 전 시장은 "이 시간까지 남을 비방하지 않았다, 음해하지 않았다"면서 "비방할 것이 없어 안한 것이 아니라 모두 한나라당 후보이기 때문에, 앞으로 함께 일해야할 동지이기 때문에 비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신을 겨냥한 검증공세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는 박 전 대표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면서 지지율 1위 후보로서의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

    또 이 전 시장은 '단합'을 강조하며 선두주자로서 여유를 나타냈다. 그는 "8월 20일이면 경쟁하던 후보들과 함께 손을 잡고 화합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강조한 뒤, "이번 선거는 당 대표를 뽑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뽑는 것"이라며 "이 사람에게 표를 모아줘야한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한편 박 전 대표가 이 전 시장을 겨냥해 '맹공'을 퍼부은 직후 웃옷을 벗고 단상에 선 그는 연호하는 지지자들을 가로막지 않은 채 연설시간 12분 가운데 1분 가까운 시간을 그대로 서 있었다. 이 전 시장은 "열 좀 식히려 웃옷을 벗었다. 이해해달라"며 첫마디를 던져, 무더운 날씨기도 했지만 참석자들에게는 또다른 의미(?)를 전하기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도 '불안한 후보론'을 역설하며 이 전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박 전 대표는 "검찰이 여러수사를 다 해놓고도 왜 발표를 안 하느겠느냐. 5500명의 투자자에게 1000억원대의 막대한 손해를 입힌 BBK의 김경준이 왜 한나라당의 경선이 끝난 뒤에 소환이 되겠느냐"며 본선에서 이 전 시장이 '김경준'이라는 악재에 시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표는 'BBK의 투자 유치는 모두 이 전 시장이 한 것'이라는 일부 보도를 거론한 듯 "왜 (김씨가) 9월에 들어와 BBK의 실소유자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공언하겠느냐. 이것으로 앞날을 내다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그런데도 (이 전 시장을)선택하겠느냐"고 따져물으며 자신이 '본선 필승후보'임을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표는 "잘못하면 또 한번 천추의 한을 남기고 역사의 죄인이 될 지도 모른다. 그때 가서 누가 책임질 것인가. (후보는) 떠나면 그만이지만 동지여러분과 한나라당은 어떻게 되겠느냐. 대선에 지면 곧바로 치러지는 총선에서는 참패할 것이고 그러면 한나라당은 해체된다. 이것이 이 정권이 노리는 것"이라며 "이것을 그대로 보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원희룡 홍준표 의원은 '빅2'에 대한 칭찬 또는 비판을 섞어가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원 의원은 "박 전 대표가 하는 거 네거티브 맞다. 그쯤 했으면 당원과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며 "(이 전 시장에 대한) 숱한 의혹 있는데 속 시원하게 털어진 것이 없어 (마음) 한곳이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고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을 싸잡아 비판했다. 

    홍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위기관리 능력을 보면 대통령감" "원 의원은 영민하고 국가 경영 정확하게 안다" "이 전 시장이 대통령되면 국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것"이라고 세 후보에 대한 칭찬으로 연설을 시작한 뒤 '유능함, 깨끗함, 민주적 절차 존중, 국민통합'을 차기 대통령 조건으로 제시하며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한편 이날도 양측 지지자들의 자리다툼은 여전했다. 행사 시작 1시간 30여분 전 무대 우측 박 전 대표측 지지자들이 자신들의 자리 중앙에 연단이 있어 이 전 시장측에 비해 좁다고 항의하면서 양측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측은 무대정면 홍준표 원희룡 의원 지지자석을 이 전 시장측으로 한 블럭 옮겨달라고 요구했고, 이 전 시장측은 중앙은 그대로 둔 채 아예 박 전 대표측 좌석과 맞교환해주겠다고 맞섰다.

    양측 대리인들의 추첨을 통해 결정키로 했지만, 추첨결과역시 처음과 같이 나오자 일부 박 전 대표측 지지자사이에서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이 가운데 "바닥(플로어)에 내려와 앉도록 하겠다" "누가 추첨했느냐"며 강력히 항의하는 박 전 대표측 한 캠프 관계자의 모습도 눈에 띄었으며, 결국 홍 의원 지지자를 위한 좌석 일부를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이 차지하게 된 이후에야 자리다툼은 진정됐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연설회는 14일 대구경북 연설회, 17일 서울 연설회 등 2회만 남겨두고 있다. [=안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