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된 이후 대선예비주자들은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하여 자기 ‘공(功)’(?)을 은근히 밝히며 호들갑을 떨거나 아니면 북한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애써 회담자체를 긍정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인다.

    답방 약속도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평양회담을 통보한 북측 김정일에 대해서 그 어느 대선예비주자들도 날선 비판을 하는 사람이 없다.

    한마디로 나라 앞날은 생각하지 않고, 대통령되는 데에만 올인한 나머지 남북정상회담이 혹시나 자기에게 유리할까, 불리할까 에만 매달려 계산하는 데에만 혼비백산해 있는 듯한 얼빠진 느낌들이다.

    더욱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되자 가장 가슴 벅차듯 환호성을 올리는 대선예비주자들이 몇 명 있다. 이해찬, 정동영 제씨는 다소 흥분한 듯 과거 자신들의 역할을 과시하는 인터뷰 내용도 매스컴을 탔고, 한명숙 씨는 ‘남북연합시대’ 열자고 한발 앞서 차고나가기도 했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도 딱 부러지게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올곧게 비판하는 대선예비후보 또한 없었던 것 같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대한민국으로서는 얻을 것이 별로 없는 밑질 수밖에 없는 손해 회담이 될 공산도 크다.

    장소도, 시기도, 방법도, 의제도 도대체가 정상적으로 프로세스된 것이 없는 것 같다. 죄다 오리무중이며 일방 통행적 통보뿐이다.

    솔직히 많은 국민들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별로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아니 기대는커녕 경각심을 높이며 사태추이를 경계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바르고 투명하며 형평성 있게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이라면 거부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나 이번과 같은 일방 통행식의 정상회담은 그 결과가 일방 통행식 결과일 수밖에 없는 경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상회담은 정상회담이 지닐 수 있는 투명성 있는 규격과 품격을 동시에 지녀야 한다.

    노 대통령 임기 4개월을 남겨두고 남북정상회담을 갖게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특이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 대선예비주자 중에는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하지 않고 특별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또 임기를 4개월 남겨놓고 있는 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써 지극히 당연하고 정상적이라고 강조하여 말하는 한나라당 대선예비주자도 있다.

    비핵화문제를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남북정상회담의 의미는 결코 있을 수 없다. 온 세계가 북한의 핵문제 때문에 시선이 집중되어 있는 이 때, 남북정상회담에서 핵폐기문제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무엇을 의제로 삼겠다는 것인가.

    결국 핵폐기를 선언적으로 북(北)이 동의할지는 상당한 의문이고 보면, 이번 정상(頂上)회담은 그야말로 정상(正常)을 뛰어 넘은 비정상(非正常) 회담이 될 수도 있다. 바로 그것은 원론적으로 핵폐기선언이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물 제 1호가 되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럴 가능성이 전혀 희박하기 때문이다.

    핵문제에 대한 어떠한 결말도 내지도 못할 것이고, 어정쩡하게 여태까지 운위(云謂)되어왔던 경제협력, 국군포로, 이산가족상봉 등 구태의연한 내용만이 새로운 포장을 하고 ‘갖다만 바치쇼’가 최종 성과물로 돌아온다면 그런 정상회담은 하나마나 정상회담이라는 평가 속에서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만만치 않은 외면을 받게 될 것이다.

    핵폐기 선언 없이 한반도 평화니, 우리민족이니 하는 말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수밖에 없는 이솝우화에 다름 아니다.

    반통일 세력으로 몰릴까봐 그러는 건지, 아니면 표를 얻지 못할까봐 두려워서인지 대선예비주자들 중 그 어느 누구도 과감하게 금번 일방 통보성 평양정상회담에 대해 단 한마디 날선 비판도 하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 대선예비주자들을 보면서 한없는 비애를 느낀다.

    약속된 답방은 이미 물 건너갔고, 평양으로 오라는 일방 통보성만으로 치러질 수밖에 없는 정상회담의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이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머지않아 들기 시작할 것이다.

    만약에 약속된 답방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평양으로 오라는 정상회담을 환호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는 자존심도 배알도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이 북의 김정일 뜻대로 이루어진 것만은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평양 가서 무엇인가를 얻고 돌아와야 될 텐데 과연 얻을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남북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은 과연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되는 것일까.

    남북정상회담을 대선용으로나 정치적으로 활용하려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투명성이 없는 남북정상회담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