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전북지역 합동연설회. 

    이날 연설회 직전 4명의 대선주자들과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은 귀빈대기실에 모여 담소를 나눴다. 연설회때 마다 대동소이한 발언을 하는 주자들의 연설 그 자체보다는 연설회 직전, 주자들과 당 지도부간 대화 내용이 더 이목을 끄는 경우가 많다. 

    이날도 연설회 보다 직전 대화내용이 더 눈길을 끌었고 대화에서는 주자들의 현 심경이 더 자연스레 노출됐다. 한나라당의 경선은 '이명박-박근혜' 두 대형 주자들간 경쟁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다수가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는 두 주자 중 한 사람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래서 원희룡 홍준표 두 주자의 움직임은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고 언론의 노출빈도도 현격히 차이가 난다. 같은 대선주자로서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원희룡 홍준표 두 주자는 이날 담소에서 이런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표출했다. 귀빈대기실에 모인 주자들과 당 지도부는 이날 오찬을 함께 했고 메뉴는 전주 지역의 대표음식인 비빔밥이었고 대화의 소재 역시 비빔밥이었다.

    강재섭 대표가 4명의 주자를 빗대 "비빔밥에는 잘 된밥, 나물, 고추장, 참기름이 필요하다"며 "조금 덩치 큰 분들(이명박 박근혜)은 밥과 나물이고…"라고 하자 한영 최고위원이 원희룡 홍준표 주자를 향해 "참기름이 맛있어야 비빔밥이 맛있다"면서 "참기름이 원희룡 의원 아니면 홍준표 의원이에요"라고 말을 받았다.

    당 지도부가 원희룡 홍준표 두 주자를 당 경선의 '양념'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때 원 의원이 다소 언짢은 듯 "듣는 참기름 기분 안 좋습니다"라고 받아쳤다. 분위기가 잠시 냉랭해졌다. 그러자 박계동 의원이 "그래도 연설회에서는 솔직히 홍준표 의원이 재미있고 참석자들에게 제일 분위기 좋은 것 아니냐"며 분위기를 전환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이 발언이 홍 의원을 더 불쾌하게 만들었다.

    박 의원의 말이 끝나자 홍 의원은 "내가 개그맨이냐"고 쏘아붙였다. 그는 "선거 때는 개 밥그릇도 무시하면 안 돼"라고 말하며 불쾌함을 여과없이 노출했다. 원희룡 홍준표 두 의원의 표정도 어두웠다.

    그러자 박관용 의장이 과거 재미있는 선거 일화를 꺼내며 분위기를 돌리려 했다. 박 위원장은 "예전에 한 후보가 연설을 위해 단상에 올라가 준비한 원고를 읽었다. 연설 처음 '돌이켜 보건대'라고 한 줄 읽었는데 바람이 불어 원고가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돌이켜 볼 것도 없이'라고 넘겨버렸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이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연설회가)대세에 별 차이가 없다는 거지…"라고 말을 받았다. '이명박 대세론'으로 당심을 공략하고 있는 이 전 시장의 연설회에 대한 자신감으로 들렸다. 10여분간 대화가 오갔지만 박 전 대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이 전 시장은 박 전 대표와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연설회가 끝난 뒤 두 주자는 당 지도부와 다른 주자와 참석 의원들과는 악수를 나눴지만 정작 두 주자는 악수도 나누지 않은 채 등을 돌렸다.[=전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