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사람들은 역전을 좋아한다" 지난달 30일 한나라당 '당이 중심이 되는 모임' 주최 토론회에서 나온 말이다.

    드라마틱한 대역전극을 준비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경선 막바지 이런 국민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매 연설회 때 마다 후보연설 전 상영하는 3분짜리 '홍보영상물'에서 박 전 대표는 2002년 월드컵 당시 가장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했던 이탈리아와의 8강전을 삽입했다. 10일 열린 전주에서 열린 전북지역 합동연설회장에서다.

    홍보영상물에는 "박근혜가 역전합니다"라는 문구를 선명하게 새겼다. 연설회장에 모인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술렁였고 "박근혜"를 연호하며 환호를 보냈다. 이런 뜨거운 환호 속에 연단에 선 박 전 대표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다. 8일 대전 연설회 때보다는 수위가 다소 낮아졌지만 이날 연설회에서 역시 라이벌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불안한 후보'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특히 대전 연설회 때 자신을 향해 "독해졌다"고 말한 이 전 시장을 향해 "나보고 요즘 독해졌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다"면서 "나 박근혜는 법을 지키고 거짓말 안하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에게는 누구보다 부드러운 사람 아니냐"고 되물은 뒤 "그러나 법을 안 지키고 거짓말 잘하고 수단방법을 안 가리고 부정축재를 하는 사람에게는 누구보다 무서운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반칙과 부정부패는 영원히 추방하겠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본선 경쟁력이 더 뛰어나다고 역설했다. "이번 선거는 당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는 이 전 시장의 말을 되받아 인용한 뒤 "본선에서 승리할 후보가 과연 누구냐"고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박근혜"를 연호했다. 그러자 박 전 대표는 "5년 전 우리는 깨끗한 후보를 내놓고도 이 정권의 공격에 무너졌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우리 후보가 부동산에, 세금에, 위장전입에 거짓말 까지 모든 것이 의혹투성이라면 과연 이길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세 번 피눈물을 흘려서야 되겠느냐"면서 "여당 후보 누가 덤벼도 확실하게 이길 자신이 있다. 이 정권이 나를 죽이려고 얼마나 많은 공격을 해왔느냐. 그러나 나는 당당하게 맞서 싸우고 이겼다"고 역설했다. 또 "지지율 7%의 당을 50%로 만들었고 여당 대표 8명을 상대로 모두 KO승을 했으며 얼굴에 칼이 날아와도 여러분 곁에 달려와 승리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반드시 이겨 승리의 영광을 여러분께 바치겠다"며 당심을 공략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도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제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어떤 선택을 하겠느냐"고 물은 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후보입니까. 태풍이 몰아쳐도 끄떡없는 박근혜입니까" "상식을 마구 바꾸는 후보입니까. 정직한 박근혜 입니까" "패배를 선택하겠습니까. 필승후보 박근혜를 선택하겠습니까"

    박 전 대표는 또 "쓰러져 가는 한나라당 여러분과 누가 지켰습니까" "당원과 약속 누가 지켰습니까" "국가보안법 누가 지켰습니까"라고 물은 뒤 "나 박근혜, 돌 볼 자식도 없고 지킬 재산도 없다. 내게 남은 꿈은 오직 하나 나라를 구하고 국민들께 희망을 드리는 일이다. 여러분과 함께 정권교체를 해 5년 안에 반드시 선진국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신중함을 보였던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박 전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왕 하기로 한 것 제대로 하고 오라"고 주문한 뒤 "김정일을 만나 핵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고 오고 이산가족,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에 대해 이 번 만큼은 반드시 해결하고 오라"고 요구했다. 그는 "우리 국민을 대표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김정일에게 당당히 할 말 다하고 요구할 것은 다 하고, 국민들이 걱정해 온 문제들을 시원하게 해결하고 오"라고 거듭 주장한 뒤 "그렇게 하면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만약 두 정상이 만나 핵문제 등 현안은 해결하지 않고 아무 성과없이 대선에서 정치적으로만 이용하려 한다면 국민들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전 대표는 "나는 북한 때문에 어머니를 흉탄에 잃은 사람이다. 어머니를 생각하면 북한과 마주할 수 없던 사람이지만 내 개인의 아픔보다 남북관계의 미래가 더 중요했고 그래서 2002년 평양에 가서 김정일과 마주 앉았다"면서 자신의 방북 당시를 언급했다. 박 전 대표는 "김정일에게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했고 합의할 것은 합의했다. 북한의 비위를 맞추고 눈치를 보면서 끌려 다녀서는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면서 "그때 지도자가 확고한 신념과 원칙을 갖춘다면 북한도 얼마든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한 뒤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냐. 박근혜 밖에 없지 않느냐. 대북정책도 박근혜가 하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으로 딜레마에 빠진 한나라당 지지층에 대한 공략과 동시에 이 전 시장과의 차별화를 꾀한 것으로 읽힌다.[=전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