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국제정치학계의 태두이자 현실주의(現實主義) 국제정치 이론을 대표하는 한스 J. 모겐소(Hans J. Morgenthau)는 국제정치를 '힘의 정치(power politics)'로 규정하고 힘으로 뒷받침되지 않는 세계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 설파하였다. 인간 사회에서 힘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의 행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으로서 인간의 상호관계에서 언제나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국제 무대에서도 한 나라의 힘이라는 것은 다른 나라와의 관계 설정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면 우리가 통상 '국력(nation power)'이라고 표현하는 한 나라의 힘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무엇이며 또 어떻게 하면 국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까? 이는 힘의 정치로 상징되고 있는 국제정치에서 가장 본질적인 문제로서 줄곧 국제정치학자들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어왔다. 일반적으로 국력을 구성하는 요소로 영토, 인구와 같은 자연적 요소와 경제력, 군사력과 같은 인위적 요소 그리고 국민의 자질과 지도자의 능력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중요하게 거론되고 있다.

    모겐소는 국력을 구성하는 요소로 영토의 면적과 위치를 포함하는 지리적 요소, 식량과 천연자원을 포함하는 자연적 요소, 공업 능력, 군대의 양과 질을 포함하는 군사적 요소, 국민의 자질과 사기(士氣)를 포함하는 국민성 같은 기본적 요소들 외에도 외교의 질(質)과 정부의 질을 포함하는 지도력 요소를 제시하였다. 그 중에서도 기본적 요소들을 결합하여 체계화된 힘으로 만들 수 있는 외교 역량과 이에 대한 지지 동원, 자원과 외교정책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모색할 수 있는 정부 역량을 의미하는 지도력 요소를 중요한 요소로 지적하였다.

    결국 국력은 이를 구성하는 기본적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결합하여 극대화할 수 있는 능력있는 지도자의 등장 여부에 따라 결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고 할 수 있다. 한 나라가 전술한 외교 역량과 정부 역량을 동원하여 효과적인 정책 형성과 자원 배분을 실현하고 이를 통해 국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 바로 지도자의 능력 여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학자들이 국력을 측정하는데 있어 지도자의 리더십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미국 중앙정보국 부국장을 지낸 레이 S. 클라인(Ray S. Cline) 박사의 국력 계산 방식이다.(2007. 4. 30, 자유기업원) 클라인 박사는 1980년에 출판된 '세계 국력 추세와 1980년대 미국의 외교정책'과 1994년에 출판된 '1990년대 각국의 국력 : 전략적 평가'라는 저서에서 P=(C+E+M)×(S+W)라는 공식을 통해 국력을 계산하였다. P는 국력(Power), C는 영토, 인구와 같은 자연적 요소(Critical Mass), E는 경제력(Economic Power), M은 군사력(Military Strength), S는 전략(Strategy), W는 국민의 의지(Will)를 의미한다.

    클라인 박사는 1994년 저서에서 미국을 기준으로 하여 C, E는 각각 200점, M은 100점을 만점으로 책정하고 각 나라들에 대해 상대적 점수를 부여하였다. 그 결과 C+E+M에서는 미국이 만점인 500점, 러시아가 410점(인구 100, 영토 100, 군사력 100, 경제력 110), 일본이 310점(영토 30, 인구 100, 군사력 50, 경제력 130)으로 나타났다. S+W의 경우 1점을 기준으로 책정하고 스위스와 대만에게는 1.5점, 이스라엘에게는 1.4점을 각각 부여하였다. 이는 이들 나라들이 효과적인 전략과 강인한 의지를 기반으로 실제 국력의 1.5배 혹은 1.4배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통해 볼 때 클라인 박사의 국력 계산 방식 중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전략과 의지라는 항목이다. 이는 클라인 박사만의 독특한 국력 계산 방식으로 국가의 전략과 의지가 결핍될 경우 국력 총량이 0(零, zero)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과거 베트남과의 전쟁에 대한 전략과 의지가 거의 없었던 미국과 미국을 몰아내고 독립을 쟁취하겠다는 전략과 의지로 충만했던 베트남 사이의 전쟁 결과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미국과 같은 강대국도 전략과 의지의 정도에 따라 베트남 같은 허약한 나라에게 패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해주는 것으로서 대단히 주목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여기에서 전략은 바로 지도자의 리더십을 의미한다. 지도자의 리더십은 외교의 질과 정부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서 국민의 의지 또한 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국력 증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력과 군사력 같은 눈에 보이는 국력의 증강은 물론 국민의 의지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국력도 극대화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지도자를 선택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지도자의 리더십은 갈수록 취약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클라인이 우리나라의 S+W에 대해 1980년에는 1.4점을 부여했으나 1994년에는 1.2점을 부여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나는 동안 국가 정체성의 붕괴와 국민 통합의 약화에 따른 전략 부재 상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게다가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파와 유력 후보들은 국력 증강을 위한 전략이나 정책의 제시는커녕 이전투구(泥田鬪狗)의 서바이벌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S+W는 과연 어느 정도로 평가될 것인지가 궁금할 뿐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적화 야욕을 조금도 포기하지 않고 있는 북한이나 갈수록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증대의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을 상대할 국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인가? 정녕 우리에게는 국력을 획기적으로 증강시킬 수 있는 능력있는 지도자를 선택할 기회가 없다는 말인가? 그동안 갖은 고생을 해가면서 만들어온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인가? 갈수록 깊어지는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 속에 대통령 선거는 점점 코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