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의 '일하는 손'이냐, 박근혜의 '깨끗한 손'이냐. 

    종반전으로 접어든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이명박 필승론'과 '필패론'이 정면충돌하며 막판 레이스를 달구고 있는 가운데 두 유력주자의 '손(手)' 대결이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일하는 손'은 '경제대통령' 이미지와 맞닿아 있으며, 박 전 대표의 '깨끗한 손'은 '흠없는 대통령' 주장의 기초가 되기 때문. 또 이 전 시장의 손은 '일하다 베이기도 한 손'으로 경륜과 경험을 대표하고, 박 전 대표의 손은 붕대를 감고 당을 지켜낸 산 증거인 셈이다. 두 유력후보는 각자 자신의 손이 '정권교체를 이룰 필승의 손'이라며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명박의 '일하는 손' - '경제대통령' 이미지에 '검증공세 차단'효과

    이 전 시장은 지난달 27일 울산연설회에서 자신을 겨냥한 각종 공세를 반박하며 "내 삶은 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같이 순탄하지 않았다"면서 "어릴 때부터 찬물에 손 안넣고 귀하게 자란 게 아니라 태풍부는 험한 바다 속을 항해하며 때론 넘어지고 쓰러지기도 했지만 결국 목표하는 항구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역설했다. 지난 검증청문회에서 "40년 가까운 생활을 일에 미쳐 살았다. 그 과정에서 그릇도 깨고 손도 베이고 했을 것이지만, 국민 앞에 대통령 후보로 나서지 못할 만큼 부끄럽게 살지는 않았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이 전 시장은 '일했기 때문에 간혹 상처도 난 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무결점은 아니더라도 대통령 후보가 되지못할 만큼의 결격사유는 없다"는 점을 부각해왔다. 수개월간의 검증공방을 지나면서도 줄곧 선두자리를 놓치지 않고 박 전 대표와 일정 거리를 유지해온 이유로 '의혹보다 경제가 우선'이라는 유권자의 요구를 꼽는 분석도 많다.

    "돈 버는 손인데 어때요". 이 전 시장은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방문한 재래시장에서 자신의 손이 더럽다며, 혹은 냄새가 난다며 선뜻 악수를 나누지 못하는 상인들에게 이처럼 위로하면서 두손을 덥썩 잡아왔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이 전 시장에게 '손'은 '일, 경제'와 등식이 성립된다.

    이 전 시장의 '일하는 손'은 박 전 대표를 공격하는 도구로도 활용된다. "나는 권력자의 자식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손에 찬물 안묻혀도 되는 부자집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다"(7월 5일 경북당원교육) "어릴 때부터 찬물에 손 안 넣고 귀하게 자란게 아니다"(7월 27일 울산연설회) 등의 발언은 다분히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또 그는 "지금은 당 살림을 살 당 대표를 뽑는 게 아니라, 나라살림을 잘 살 대통령을 뽑을 때"라며 당심에 호소했다. '붕대감은 손'이 아닌 '일해온 손'을 선택해야한다는 주장이다.

    박근혜의 '깨끗한 손' - '흠없는 후보', '보은론'의 상징

    박 전 대표는 30일 인천토론회에서 "박근혜의 손은 깨끗한 손이다. 단 한 번도 부정부패와 손을 잡은 적이 없다. 비리와 악수하지 않았다.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을 지우려고 이 손으로 여러분과 함께 한나라당을 씻어 내렸다"고 역설했다. 이날 박 전 대표는 유세 내내 오른손을 치켜든 채 '부패와 한번도 잡아보지 않은 손' '붕대를 감고 당을 살린 손'임을 강조했다. '이명박 필패론'과 '보은론', 두가지 효과를 동시에 꾀한 전략으로 비쳐진다.

    그는 이어 "자식교육에 당당하지 못하고 어떻게 교육을 개혁할 수 있나. 부동산 문제에 떳떳하지 못하고 어떻게 부동산 정책을 성공할 수 있나"며 이 전 시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직접 들추며 직격했다. '이명박 필패론'을 내세운 캠프와 보조를 맞춰 '흠없는 후보'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본선경쟁력을 주장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이 나락의 위기에 빠졌을 때 이 손으로 108배를 올렸다. 이 손에 붕대를 감고 당을 구해냈다"며 "이제 위기의 조국을 구하기 위해 두 손을 불끈 쥐고 여러분 앞에 섰다. 작지만 강한 나의 손을 잡아주겠느냐"고 호소했다. '여성'이라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일부 시각을 완전히 불식시키려는 듯 박 전 대표는 '작지만 강한 손'에 엑센트를 주었다. 31일 인천을 찾은 박 전 대표는 손목에 파스를 붙인 채 광폭행보에 나서 대권의지를 다졌다.

    박 전 대표는 "나더러 손에 찬물 한번 묻히지 않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 전 시장의 발언을 지적한 뒤 "이 손으로 (총탄으로 돌아가신) 부모님의 피 묻은 옷을 두 번이나 눈물로 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들이 겪지못한 '위기를 이겨낸 손'은 '공주'라는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면서, 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손'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