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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4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이 경선후보 간 합동연설회를 잠정 중단한 것은 정당 경선의 역사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사건’이다. 1971년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신민당 전당대회에서 당시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치열하게 경합할 때도 이번같은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후 ‘아름다운 경선’은 야당의 전통으로 나름대로 자리잡아왔다.
23일 한나라당은 직전일 제주도 합동연설회가 이명박·박근혜 두 후보의 지지자들이 자리싸움, 몸싸움, 야유 등으로 난장을 연출하자 24일로 예정한 광주·전남 연설회를 연기하면서 이후 합동연설회 일정 또한 잠정 중단했다. 21일 공식 선거운동이 들어간 직후 합동연설회 일정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서 수권정당을 자임하고 정권 교체를 고창할 자격이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는 합동연설회 중단 사태에 대한 1차적 책임은 강재섭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경선관리위원회의 몫이라고 판단한다. 사실 이·박 후보 지지자들이 제주 연설회에서 경선규칙을 어기고 과열·일탈 행동으로 빗나가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당연히 강 대표와 박관용 경선관리위원장은 각 후보 지지자들이 이성잃은 행동을 할 개연성에 대비해 연설회장 입장에서부터 연설 과정 전반에 걸쳐 자제를 당부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했다. 하지만 연설회가 과열을 넘어 파열 양상을 치닫고난 뒤 하루가 지나서야 지도부가 광주·전남 연설회 연기를 요청하고 경선관리위가 수용하는 식의 늑장 대응으로 일관했다.
강 대표는 ‘경선관리 대표’로서 연설회 중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다. 경선관리위는 이제와서 각 후보 캠프에 소란과 불상사를 막겠다며 경선규칙 준수 서약서 제출을 요구하는 등 중앙당 차원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하고 있으니 초보적인 사전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말밖에 안된다. 이·박 후보가 TV 합동토론회의 시기·횟수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데도 경선관리위는 또 눈치를 살피느라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합동연설회와 TV토론회조차 미리 공표한 일정대로 치르지 못하는 한나라당은 지금 지지층은 물론, 국민 일반의 인내력까지 시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