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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정씨측이 피고소인들의 공개사과를 전제하며 고소 취소 권유를 거부해 한나라당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고소 취소를 요구하는 당과 강경하게 맞서고 있는 김씨측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11일 광주를 방문중인 이 전 시장은 김씨측이 캠프의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사전에 (김씨측) 얘기도 안 들어보고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이냐"고 되물으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 전 시장은 "캠프에 가서 캠프 사람들 말을 좀 들어보고 얘기하겠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정치권에서 기업하는 사람들이 기업을 잘 하게 놔둬야지 자꾸 억울하게 만드니까 짜증을 내고 그런다"며 배경을 짐작했다.
이 전 시장측은 '캠프가 고소 당사자가 아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지만, 당황하는 기색은 역력하다. 취소여부와 관계없이 이어질 박근혜 전 대표측 공세는 차치하더라도, "어리석은 일"이라는 강재섭 대표의 표현이 말해주듯 당 지도부의 권유를 거절한 모양이 됐기 때문이다. 박형준 대변인은 "좀 더 상황을 지켜보며 재차 권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대변인은 또 "김씨측에서는 명예훼손에 대한 아무런 원상복구 조치 없이 고소를 취소하면 의혹은 의혹대로 남고,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반박 수단이 없어질 지 모른다는 점에서 명예회복을 위해 고소를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김씨측의 거부 이유를 풀이했다. 장광근 대변인 역시 "다시 설득할 것"이라며 "김씨는 자기 사업이 밑바닥까지 흔들리는 상황에 심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측의 강경태세는 취소 권유 여부를 두고 캠프가 고심하던 가운데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지난 9일 캠프의 한 관계자는 "캠프가 직접적인 고소 당사자가 아닐 뿐더러 (김씨측이) 애초에 고소할 때도 캠프와 협의한 것도 아니라 (취소를) 하라마라 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며 난처해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측이 워낙 원통하고 억울해하는 등 감정적으로 격앙돼있는데다, 정치와 관계없는 사람들이라 정치권에서 우려하는 것(검찰의 정치개입)과는 달리 '잘못한게 없는데 왜 당해야하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씨측은 이날 "스스로 결백하기 때문"이라며 이 전 시장의 입장과 무관하게 "피고소인들이 명예훼손 피해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면 고소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돌발상황'에 이 전 시장 캠프에서는 "여러 의혹을 해결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과 함께 캠프내 혼선을 정리하기위해서는 상당한 후유증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김씨의 강경입장으로 검찰수사는 계속되겠지만, 캠프 안팎에서는 "결국 소송을 취소하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는 등 여전히 최종 결론은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광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