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여권 유력 대선주자 6명이 4일 처음 한 자리에 모였다. 김혁규 손학규 이해찬 정동영 천정배 한명숙씨 등 대선예비주자 6인 연석회의. 유력 후보들이 모여 대통합신당 창당과 국민경선 추진 방안 등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 대통합의 전진기지를 구축해 보자는 취지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이날 첫 회의를 띄웠다는 점에서 향후 대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러나 6인 연석회의가 대통합신당과 국민경선을 위한 실질적 협의체로 발전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각 후보 진영간 대통합 방식과 국민경선 룰을 둘러싼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6인 연석회의에 소외된 타 후보들의 불쾌감도 예상치 못한 걸림돌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단순히 대통합을 위한 원칙적 수준의 합의 이상을 6인 연석회의에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첫 회의에선 각 후보진영의 미묘한 입장차가 여실히 노정됐다. 친노 주자로 분류되는 김혁규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죄인이 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면서 “민주정부 10년을 계승·발전시켜야 한다. 책임감을 갖고 대통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합신당은 반드시 참여정부의 공과를 계승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얘기다.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오늘은 선진한국과 한반도 평화를 지향하는 미래세력이 새로운 틀을 만드는 날”이라면서 “국민대통합의 첫 단추를 꿰는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범여권 대통합 대신 국민대통합이란 표현에 힘을 주며, 한나라당 ‘탈당’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자신의 입지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을 의식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또 다른 친노 주자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큰 저수지를 만들어 배를 띄우고 올바른 경선을 통해 단일후보를 내 추수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튼튼한 당, 튼튼한 후보를 만들자’는 것인데 대통합신당은 반드시 친노 세력을 아울러 함께 가야만 ‘튼튼해 질 수 있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이는 열린당과의 당 대 당 통합을 통한 대통합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친노 진영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말이다.

    정동영 전 열린당 의장은 “대선은 과거와 미래에 대한 선택의 문제”라면서 “대통합 전망을 현실화시켜 우리가 미래를 선택하고 선진평화미래 기치로 가자”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은 “대통합은 정당·정치세력이 발전적 해체를 실행할 때 가능하다”면서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면서 “세력간의 논의도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대통합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대통합이어야 한다”면서 “손익계산을 접고 자신을 비우고 용광로에 뛰어들어야 한다. 용광로 불을 지피는 데 ‘큰 누님’ 역할을 하겠다”는 주장을 폈다.

    이날 6인 연석회의에 빠진 타 후보들의 반발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김두관 전 행정차지부 장관은 이날 대선출마선언식을 가진 자리에서 연석회의에 대해 “개혁대선주자를 배제하려는 속내가 있다”고 발끈하면서 “대통합을 주장하면서 칸막이를 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도 힐난했다. 그는 또 연석회의 대상자 선정에 대해서도 “객관적 원칙과 기준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연석회의를 국민경선추진협의회(국경추)에서 13인으로 확대한다고 하는데, 중도통합민주당과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굳이 신기남, 김원웅 의원과 내가 참여해도 9인 밖에 안되는데 그 속내가 뭔지…”라고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는 국경추의 확대 연석회의에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 시사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민경선 룰을 둘러싼 문제도 서로간에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심’과 ‘당심’의 반영 비율 때문에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각 진영의 입장차이가 크다. 친노 진영 인사들이 강성 지지층을 통한 조직적 기반 등 ‘당심’에서 앞서있다면, 손 전 지사 등 비노진영에서는 덜 그렇기 때문에 논의 과정에서 이견 노정이 불가피하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중도통합민주당의 최근 행보를 보더라도 연석회의가 과연 대통합의 전진기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의문을 자아낸다. 손 전 지사는 연석회의 직후, 박상천 김한길 민주당 공동대표와 만나  “중도개혁민주평화세력의 대통합에 통합민주당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김 대표는 5일에는 정동영 전 의장과의 만날 예정이다.

    한편, 연석회의 참석자들은 이날 ▲하나의 정당에서 국민경선으로 단일후보 선출 ▲민주 평화 개혁 가치를 공유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함께 하는 대통합신당 창당에 참여 ▲국민경선 관련사업은 국민경선추진협의회에서 진행 등의 3개안에 합의했다. 

    연석회의가 원론적 합의 이상의 실질적인 성과물을 낼 것인지 여부는 지금부터가 중대 고비라는게 범여권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