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데일리에 '동북아 인사이드'를 연재하는 중국연구가 함명식씨가 보내온 글입니다. 이 글은 '동북아 인사이드'에도 함께 실립니다. 네티즌의 일독을 권합니다.

    유교자본주의라는 용어가 있다. 제2차 대전에서 패전국이었던 일본이 이룩한 고도성장과 이후 신흥공업국이라고 불리었던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이 단기간에 달성했던 경제발전의 원인을 이들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속해 있는 문화적 특성을 통해 설명하는 논리이다. 즉, 가족적 덕목과 근면성, 효율적인 위계질서, 소속된 조직에 대한 개개인의 헌신도, 부모들의 열정적인 교육의지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게서 발견되는 공유된 가치들이 이들 국가들로 하여금 후발 주자로서의 불리한 위치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특징들 중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이들 국가들에서 등장했던 경쟁적인 교육시스템이다.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경제발전 형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던 이들 국가들은 국가가 관리하는 시험방식을 통해 우수한 인재들을 조기에 발굴하고 학습능력에 따른 차등화된 교육을 통해 국가경영에 필요한 인재들을 사전에 훈련시킬 수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의 관심 밖으로 벗어난 듯한 동아시아 발전모델의 가능성을 계속해서 실험중인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과 베트남이다. 과거 유교문화권에 속한 나라들 중 한국과 함께 중국의 영향력을 가장 많이 받은 베트남은 현재 중국과 함께 한국이 걸어왔던 경제발전의 노정을 조심스레 따라오고 있다. 이중 “사회주의 혁명의 중국적 길”을 보여준 중국이 수행하고 있는 교육제도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교육제도는 근본적으로 철저한 경쟁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입증하는 것이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치열한 입시경쟁을 통과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명문학교와 비명문학교가 구분된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기준성적에 미달할 경우 졸업장 대신 수료증을 수여하며, 많은 지역에서 학업능력에 따라 우열반을 구성하고 있고, 교사들에게도 학생 성적과 연계되는 인센티브제를 운영하고 있다.

    정치사회적으로 평균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제도에서 그 어떤 나라보다도 엄격한 경쟁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사실이다. 사실 중국은 모택동 통치의 마지막 기간인 문화대혁명 동안 극단적인 이데올로기 투쟁에 매몰됐고 이로 인해 전국의 학교가 폐쇄되고 지식인이 탄압당하는 “분서갱유”에 휩싸였었다. 하지만 모택동 사후 세계경제로의 편입과 급속한 경제발전을 경험하는 동안 중국의 교육제도는 그 어떤 나라보다 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나라로 탈바꿈하였다. 바로 이 점이 전반적인 인프라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오늘 날 중국의 대학들을 세계 최고 수준의 명문대학으로 끌어올리는 기반으로 작용한 것이다.

    오늘 날 교육시스템에서 가장 선진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는 나라 중 하나는 미국이다. 미국은 철저한 시장논리를 바탕으로 공립과 사립을 구분하고 있으며 학습능력과 경제적 여력의 차이에 따라 학생들이 자유롭게 학교를 선택하도록 만들고 있다. 하지만 독자적인 커리큘럼 개발과 인센티브제 도입과 같은 자구적인 노력을 통해 많은 공립학교들이 사립학교와의 치열한 경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바로 이점이 미국의 전반적인 교육경쟁력을 제고시키는 선순환의 구조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를 이끌어가는 미국과 신흥강호로 떠오르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 모두 교육제도에 있어서 만큼은 조기경쟁을 통한 인재발굴과 차등화된 교육실시라는 총론적인 부분에서 동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성장의 엔진이 꺼진 채 방향을 잡지 못해 어둠을 헤매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30년째 비약적인 도약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중국의 발전은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강화하는 교육정책이 빚어낸 결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교육현장에 미국적인 방식을 수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반감과 심리적 저항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걸어왔던 그 길을 다시 돌아보며 과거로부터 교훈을 이끌어내는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다. 그래서 바로 이웃 나라이자 많은 부분에서 차이점 보다 유사한 점이 많은 중국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