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8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강재섭 대표가 제시할 중재안에 대해 "중재안이 아니라 당 대표의 입장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원칙을 완전히 너덜너덜한 걸레같이 만들어놓으면 도대체 그걸 지킬 의무가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했고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중재안 자체에 어폐가 있다. (강 대표가 중재안을 내놓는 것이) 원칙을 바꾼다는 얘기 아니냐"고 주장했다.  

    강 대표 중재안에 대한 거부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강 대표로서는 이런 박 전 대표의 입장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가 어떤 중재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고한 상황에서 강 대표가 중재안을 제시할 경우 한나라당은 '경선룰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 당내에서는 "만일 강 대표가 중재안을 제시하면 박 전 대표 측은 강 대표 퇴진을 요구할 수도 있다"(중립성향의 모 중진의원)고 경고했다.

    이 경우 한나라당은 더 큰 혼란을 맞게 될 것이며 당내에 확산되고 있는 당 분열이 현실화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도 배짱"이라고 했지만 강 대표 역시 중재안 제시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중재안 제시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늦춘 점은 이런 강 대표의 고민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중재안을 밀고 나가겠다'고 공표한 만큼 물러서진 않겠다는 것이 강 대표의 입장이다. 박재완 비서실장은 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중재안 발표가)좀 늦어질 것 같다"면서도 '박 전 대표가 사실상 중재안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혔다'고 질문하자 "그럼 누가(경선룰을 결정)하냐"고 따졌다. 박 비서실장은 계획대로 중재안을 발표하고 당헌개정 권한을 갖고 있는 전국위원회에 회부해 경선룰을 확정짓겠다는 강 대표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두 대선주자 진영의 계속되는 공세와 압박에 대해서도 "(두 대선주자의 주장에)일일이 일희일비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박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양 진영이 한치의 물러섬 없이 완강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박 비서실장은 경선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양 진영의 '전략'으로 봤다. 그는 "전략적으로 서로 그럴 수도 있다. 서로 완강하게 벼랑끝 전술을 구사할 수도 있으니 일일이 일희일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비서실장은 이어 강 대표의 중재안에 대해 "모든 가능성은 다 열려있다"고 했다. 현재 20%의 여론조사를 ▲대의원 투표율에 연동 ▲당원+대의원 투표율에 연동 ▲대의원+일반국민 투표율에 연동시키는 3가지 중재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강 대표가 제시할 중재안은 박 전 대표 혹은 이 전 시장의 주장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