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4일 예정된 강재섭 대표, 박근혜 전 대표와의 회동과 관련, "서로 싸우지말자고 덕담하는 자리"라며 경선룰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한 논의는 하지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보선 충격에서 벗어난 이 전 시장은 대선행보에 박차를 가하며, 상공인들과 만나 '특강정치'를 재개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경기 시흥 한국산업기술대학교에서 시화공단상공회의소 주최의 시흥상공인 조찬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자회담에 관한 질문을 받고 "앞으로 잘해보자고 하는 것"이라며 "서로 싸우지말자는 덕담을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경선룰 협상도 가능하냐'는 물음에는 "후보자들이 뭐 그런 것까지 (논의)하느냐. 실무자들이 알아서 하는 거지"라고 답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은 강 대표의 주선으로 이날 오후 염창동 한나라당 중앙당사에서 '티타임'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형오 원내대표도 배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측 관계자역시 "경선룰과 같은 문제는 실무자 차원에서 다뤄야하지 않겠느냐"며 "오랜만에 만나는 오늘 회동은 좋은 분위기속에 서로 '잘해보자'고 다짐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이 막 수습국면으로 돌아선 상황에서 또다시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는 생각도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물론 실질적인 논의가 제기될 경우에도 피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 전 시장은 "두바이와 인도를 다녀보니 지도자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대단했다"며 '실천력'을 거듭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를 만났었는데 국왕이 아니라 CEO로 평가받는 이 지도자도 처음에는 '무모하다, 미쳤다(Crazy)'는 비난도 받았었다"면서 "그러나 이제 국민들은 저 왕이 말하는 것은 틀림없이 된다고 똑같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전 시장은 이어 "모하메드와 면담 도중 핸드폰을 꺼내 받는 모습을 봤다. 중동에 왕이 핸드폰 갖고 있는 건 처음 봤는데, 자기가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보고 같았다"며 "이러니 안될 수가 있나. 우리 상공인들도 대통령에게 핸드폰할 수 있을 정도로 열려있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초청을 했더니 그 자리에서 참모들과 상의해 의사결정하더라. 이게 왕이냐, CEO지"라면서, "우리나라는 야당대표가 대통령을 만나려도 절차가 많다. 아직 30, 40년전 정치형태의 지도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강 도중 이 전 시장은 "우리 사회에는 기업인이 존경을 받지못하는 분위기가 있고, 요즘 신문을 보면 물론 그런 사람도 있다"며 최근 '보복폭행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상공인들을 만나니 고기가 물을 만난 것 같다"며 친근감을 표한 뒤, "우리 기업인은 외국에서 수입하고 싶다고 할 만큼 우수하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 전 시장은 "미국 부시 대통령의 공화당 공약에 보니 '부자의 비위를 맞춰라'는 것이 한 줄 들어있더라. 부자가 돈을 쓰게 만들어야 결국 서민에게 도움된다는 의미로 본다"면서 "우리나라에서 만일 부자의 비위를 맞춰라했으면 대통령선거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행정도 정치도 기업을 위한 도우미가 되야한다"며 "지도자의 사고만 바뀌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시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