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합이냐, 분열이냐' 한나라당호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내놓은 쇄신안 수용여부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이 전 시장의 입장 정리가 늦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 전 시장의 선택에 따라 사태가 봉합되거나 혹은 더 큰 내분이 닥칠 가능성이 높다.
이 전 시장은 1일 오전 강 대표의 쇄신안에 강하게 반발하며 당직사퇴를 선택한 이재오 최고위원을 서울시청 인근의 한 호텔에서 두시간여 만나 의견을 조율했다. 같은 시각 이 전 시장의 캠프 견지동 안국포럼에는 측근 참모인 정두언 의원과 박형준 의원이 사태추이를 지켜보며 대기했다. 이 자리에서 이 최고위원은 사퇴의사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이 전 시장의 발언내용은 아직 알려지지않고 있다.
다만 이 전 시장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주호영 의원은 "당 개혁은 해야하지만 현 지도부를 유지하자는 이 전 시장의 뜻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사퇴만류' 입장임을 시사했다. 또 "당내에서 전재희 정책위의장까지 사퇴한 마당에 더 개혁적 성향인 이 최고위원이 머뭇거려서 되느냐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전 시장 캠프와 닿아있는 이 최고위원이 자신의 거취문제를 결정함에 있어서 본인의 의사에만 충실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이날 이 전 시장의 행보는 캠프 내부에서조차 이 최고위원과의 면담내용은 커녕, 회동장소까지 정확히 알 수 없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속에 이어졌다. 하루전인 지난달 30일에도 이 전 시장은 늦은 시각 캠프를 떠나는 도중 엘리베이터를 갈아타며 언론노출에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전 시장은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만 남겼었다.
향후 파장을 생각한다면 이 전 시장의 선택은 신중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강 대표의 사퇴불가 입장에 대한 당내 반발기류와 함께,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뉴라이트 계열이 '강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 전 시장의 고민에 영향을 주는 요소다.
봉합을 위해 쇄신안을 받아들일 경우 '친박'성향으로 알려진 강 대표 체제를 인정, 당내 입지확보가 쉽지않을 수도 있다. 또 쇄신안은 경선룰 결정에 지도부가 적극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이 전 시장이 선뜻 받기에는 부담이다.
그러나 강공책을 선택, 정면돌파를 꾀한다면 이 전 시장을 겨냥한 '당 분열'에 대한 책임론이 기다리고 있다. 이 최고위원의 사퇴로 선출직 최고위원 5명중 세명이 공석이 된다면 강 대표 지도부는 사실상 마비될 수밖에 없다. 이미 박 전 대표 진영은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막지못하면, 당을 깨자는 것으로 받아들이겠다'며 공격태세를 갖춘 상태다.
이 최고위원의 거취문제와 이 전 시장의 입장정리가 이날을 넘길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캠프에 속한 한 초선의원은 "성급하게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간에 구애받지말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급적 입장표명이 빠르면 좋겠지만, 마감시한을 정해진 것도 아니고…"라며 "가급적 여러 의견을 듣는게 좋지않겠나"고 말했다. 이같은 긴장감 속에서 2일 열리기로 예정됐던 바른정책연구원의 '대한민국 7·4·7 세미나'역시 취소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주호영 의원은 이날 오후 안국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부적으로 결정을 하고 시점을 고민하는 것은 아니다"며 "여러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주 의원은 "나도 아직 내용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전제하면서 "언론보도대로 이 최고위원의 (사퇴) 입장은 변경되지 않았으며,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등 원로들은 이 최고위원의 결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만 말했다.
이날 중 입장표명이 있을 거냐는 질문에 주 의원은 "이 최고위원이 사퇴하면 현 지도부 유지가 어려워지지 않겠나. (이러한 상황에서 이 최고위원이) 사퇴안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3,4일이 걸리면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있다"며 "고민해서 어떤 안이 나온다면 보람있겠지만, (아무 내용이 없이) 장고하는 모습만 보이는 것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