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사퇴불가 입장과 함께 내놓은 쇄신안에 대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 진영은 '유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강 대표가 30일 제시한 쇄신안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 진영과 입장차가 확연한 데다, 강 대표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지도부의 '줄사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 대표의 쇄신안에 대해 이 전 시장 진영은 '유보'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캠프 내부에서는 불만의 표정이 역력하다. 이 전 시장이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것 자체에서도 강 대표 안이 내분을 봉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판단을 엿볼 수 있다.
이 전 시장측 정두언 의원은 "이 전 시장은 강 대표의 쇄신안에 대해 많은 의견을 듣고 있다"며 "오늘은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만족할 만한 수준인가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고 덧붙여 '미흡'쪽인 이 전 시장측 분위기를 반영했다. 이 전 시장은 이날 오전에도 "좀 더 지켜보자"는 입장만 전했다. 이 전 시장은 하루 더 고민한 뒤 5월 1일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강창희 전여옥 최고위원에 이어 이날 이 전 시장측 이재오 최고위원이 "정치적 거취까지 포함해 어떻게 하는 것이 당과 나라를 위한 것인지 고뇌하고 있다"며 사퇴의사를 강력히 시사한 것도 재보선 후폭풍의 또다른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주위에 이같은 의중을 전한 뒤, 서울 북한산 인근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측은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통해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적극 만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장측 관계자는 "이 최고위원이 독단적으로 사의를 발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추후 접촉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최고위원의 사퇴가 현실화될 경우 한나라당은 더 큰 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선출직 최고위원 3인이 사퇴한 마당에 강 대표 체제가 더이상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이 경우 경선룰을 놓고 양 유력대선주자 진영이 벌이고 있는 신경전에 더해, 새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내홍도 불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강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내가 물러나면 자칫 당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당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 전 시장의 최종선택에 정치권의 귀추가 주목되는 까닭이다.





